600만 원. 전원주택의 주인이 되면서 1년에 추가적으로 지출하게 된 비용이다. 무엇보다 먼저 대출이자, 안쪽 마을로 들어오면서 생긴 교통비 증가분, 생전 처음 내보는 재산세(집을 소유하게 되었으니), 보험료 증가분(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전기세 증가분(도시가스가 되던 지역에서 지열보일러인 집으로 와서 발생한 추가 지출분) 등이 그렇다. 집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별도로 한 금액이다.
자, 그렇다면 계산기를 두드려보자. 지출은 늘었는데 재산 증가분은 어떠한가. 우선 양평은 집값이나 땅값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물론 문호리나 양수리, 용문의 번화가 등은 가격 변동이 조금 더 있다. 다른 지역도 전체적으로 땅값이 조금씩은 올랐다. 그래도 문호리 번화가가 이제 갓 평당 200만 원을 넘기는 정도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안쪽 마을은 평당 가격이 더 낮다. 양평에서 7년 살아본 결과 이 집 가격도 억소리나게 껑충 뛸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망한 선택을 한 셈일까. 지출은 늘고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내 수입은 그대로거나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나이 40이 넘어가니 주변 친구들이 속속 집주인의 행렬에 동참했다. 나보다 먼저 집을 산 친구들이 꽤 있는데, 목동에 살던 친구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억 단위로 올려달라고 해 도저히 안 되겠다며 대출을 받아 작은 아파트를 구매했다. 사자마자 2억이 올랐다고 좋아했는데 지금은 더 많이 올랐을 테니 나와 재산이 비슷하던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부자가 되었다.
또 다른 한 친구는 본인도 부지런히 일 하고 남편도 잘 벌었다. 하지만 양가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드리고, 아이 셋을 키우며 살다 보니 계속 전세살이였다. 그러더니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청약을 신청해 아파트 주인이 되었다. 이 아파트 역시 많이 올랐는데, 친구는 그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전셋값으로 땅을 샀다. 그 땅도 가격이 상승했다고 하니, 이 친구와도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이사 와서 내린 3월의 눈.
나는 아이를 낳고 거의 2년마다 이사를 다녔다. 문호리에 살 때 집주인이 자기가 들어와서 살 거라며 집을 빼 달랬다. 결정을 해야 했다. 전세를 구할지 집을 살지, 집을 산다면 아파트를 살지, 전원주택을 살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파트를 사서 전세를 주고 그 돈으로 양평에 집을 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어찌 되었든 양평과 자연에서 살고 싶었으니까 아파트 살이는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시중에 유동자산이 늘어나면서 주식, 부동산이 뛰어오르고, 은행에 돈을 넣어도 인플레를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순도 100%의 인문학도인 나는 심각한 금융문맹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요즘 경제 유튜브와 책을 찾아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 유튜버는 다주택자가 되어 임대수익을 올리며, 사람들에게 집을 '제공'하고 있는데 현 정부가 자신들을 적폐로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었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말이 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달 살기를 할 때 이 말을 이견 없이 따르며 사는 캐나디안들의 삶을 보았다. 이민해서 20년 넘게 밴쿠버에서 산 지인은 캐나디안은 집값이 오르면 싫어한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평생 살 집으로 구매해서 대출 이자 갚고, 세금 내며 살고 있는데 집값이 오르면 세금을 더 내야 하니 싫어한단다. 그런데 몇 년 사이 중국인들이 밴쿠버 집을 사들이면서 밴쿠버의 집값은 놀랄 만큼 비싸지고 있다.
나는 집으로 돈을 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집값이 오르면 나는 좋겠지만 내 자식, 그 후대의 사람들은 집값을 보며 좌절할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아들 둘인 나도 아들들이 결혼할 때 집을 사줘야 하나 하며 아찔해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 요사이 사람들 입에 자주 회자되는 단어이다. 나는 내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그 덕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어리석은 투자자가 되었고, 눈에 보이는 돈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자연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 건강, 마음의 여유 등-를 선택했다. 이것이 내가 전원주택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배경과 이유이다.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나의 상상력을 비웃듯이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보며 박탈감을 느낀다. 그래도 나는 내 뜻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남은 인생은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다. 글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도움을 주며,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 삶의 길로 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오늘도 귀한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어준 당신에게 감사하며, 당신에게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