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거들 뿐

by 유진

게으른 농부인 나는 9월 초 배추와 무 모종을 사면서 10월에는 양파, 대파 모종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대파 모종이야 9월에도 살 수 있었지만 양파 모종 소리에 혹 했다. 양파는 한 번도 안 심어본 데다가 많이 먹는 식재료니 꼭 심어보리라 했다. 며칠 전 양수리에 간 김에 대파 1줄, 양파 3줄의 모종을 구입했다. 총 4천 원이었다.

대파 모종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게 10년도 더 됐는데 서울에 살면서 남양주 주말농장을 다닐 때 그때부터도 한 고랑을 수확하면 채소가 넘치도록 많이 나와서 가족들에게 나눠주고는 했다. 이사 와서 심은 올봄의 아삭이고추는 아직도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리고 있다. 고추 모종 딱 3개에 천 원 주고 샀는데 마트에서 고추를 살 일이 없다.


수확한 고추

조그마한 텃밭이어도 우리 식구 먹을 채소를 풍족하게 주는 자연의 흙, 물, 공기이다. 모종을 사서 심는 내 손은 거들고 있을 뿐 사실 90프로의 일은 자연이 하고 있다.


양파 모종

처음 양파를 심는 손이 조심스럽다. 겨울을 보내고 봄에 수확하는 거라는데 이 추운 양평의 겨울을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 반, 신기함 반이다. 그래도 내 경험상 게으른 농부일지언정 심어놓기만 하면 알아서 잘 자라는 게 농사일이었다.


그런데 왜 농사일은 세상 어려운 일로 여겨지고, 사람들은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일까. 물론 직업이 농부인 분들은 고되게 지내시기도 한다. 경작지가 넓거나 혼자서 농사를 짓거나 하면 특히 더 힘든 것 같다. 하지만 나와 가족이 먹을 양으로는 작은 텃밭으로도 충분하다.



텃밭에서 수확한 상추, 고추를 씻고, 수확한 부추로는 무침을 했다. 텃밭 옆에서 쑥이 자꾸 올라오길래 여린 쑥을 따 된장국에 넣었다. 쑥줄기는 봄쑥보다 약간 질긴 느낌이었지만 쑥향이 된장을 덮어 강력하게 향기로웠다.



채소가 많이 먹고 싶을 때는 이렇게 쌈을 싸 먹는다. 생채소의 아삭함과 싱그러움이 마트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수확한 채소나 유기농, 무농약 채소를 먹다 보면 마트의 채소는 흐물거리고 맛이 없어 먹기가 힘들어진다.


내 손은 거들 뿐,

자연이 알아서 키워주니,

농사일은 남는 장사다.

이만큼이나.


잠깐 동안 딴 치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