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좋을 땐 되도록 산책을 간다.
나만의 정해진 코스가 있는데 이 나무가 종점이다.
강변을 따라 거닐다 이 나무가 나오면 이 아래
벤치에 앉아 생각을 비워내거나
식물처럼 앉아 태양에너지를 받는다.
눈을 감으면 눈 안이 붉게 물들어 따뜻하다.
사람이 없을 땐 아예 벤치에 누워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나만 존재하는 느낌, 나도 없어지는 느낌이다.
요즘 인도에서 가장 그리운 곳은 보드가야의 보리수나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보리수였다.
보리수 이파리가 갖고 싶어 하염없이 떨어지는
이파리를 눈으로 좇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인도인이 본인이 갖고 있던
작은 보리수를 선물해 주었더랬다.
북한강변에 앉아 내가 이름 지은 이 '명상나무'
아래 있으면 그 보리수가 오버랩된다.
-2020.12.4. 겨울의 기록-
문호리에 살다가 안쪽 마을로 이사 온 뒤 아쉬운 건 크게 없었지만 북한강 산책로를 자주 가지 못하는 것은 꽤나 섭섭하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나의 명상나무 아래에 앉아 한참을 있다가 오고는 했는데 말이다.
오늘 북한강 산책로를 걸어 명상나무 아래에 앉았다. 날숨에 나의 답답함과 힘듦을 실어 내보내고 들숨에 맑은 공기를 들여보낸다. 요 며칠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는데, 눈을 감고 고개를 드니 얼굴이 붉은빛으로 물들어온다. 다리는 찬 공기에 추운데 얼굴은 따스하다.
내가 자주 찾아오지 않아도 명상나무는 늘 그 자리를 지키며, 가끔 나타나는 나를 위로해준다. 생각을 관찰하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무엇이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지 알 수 있고, 마음은 이전보다 가벼워진다.
집에 돌아오니 조금은 살 거 같다.
역시 사람이 사는 곳에는 공원과 산책로, 자연이 필요하다.
ps) 나를 명상나무로 이끌었던 양평의 분란거리는 다음에 소개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