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떼고
우리 집은 딸이 셋이다. (형제가 많으므로 남자들은 언급하지 않겠음~ㅎㅎ)
나만 빼고 언니들은 모두 목욕 광이다.
목욕은 주 1회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나와 달리 언니들은 목욕탕에서 살 정도로
좋아한다.
특히 작은언니는 매일 아침 먹고 목욕탕,
아니 엄밀히 말해서 찜질방에 가면 저녁 5시가
넘어야 집에 올 정도이다.
'한심하다, 한심해!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목욕탕에서 저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니!'
겉으로 말은 못 했지만 목욕탕에서 시간을
죽이는 작은언니가 못마땅할 때가 많았다.
그런 언니가 일 년 전 내가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언니가 이사 온다는 소리에
'아, 이제 죽었다! 매일 목욕 가자고 할 텐데...'
언니의 이사 소식에 벌써부터 마음에 부담감이 쌓여갔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 괜찮은 찜질방 있어?"
언니는 찜질방부터 찾았고 그때부터
나의 찜질방 생활이 시작되었다.
"퇴근 몇 시야? 우리 목욕 갈래?"
"토요일인데 뭐 해 우리 목욕 갈래?"
"예배 끝나고 우리 목욕 갈래?"
"몸 찌뿌둥한데 우리 목욕 갈래?"
"외식하고 우리 목욕 갈래?"
"비 오는데 우리 목욕 갈래?"....
비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목욕, 목욕,
목욕...
잠깐 휴직을 하게 되어 평일 낮에도 주말에도
시도 때도 없이 찜질방을 갈 수 있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이, 학벌, 지위, 빈부를 뛰어넘어 온전히
벌거벗은 나와 타인이 마주하는 계급장이
필요 없는 곳.
뜨겁고 은밀한 그곳의 이야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