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롭게 뿜어내는 마음, 사랑

분수대 앞에서

by 레몬트리


노래하는 분수대가 맞나, 내 눈엔 처연한 몸짓으로 보였던 날.



그렇게 뿜어내면

닳고, 말라버려 없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 사라질까, 다 흘려보내버릴까

아깝고, 초조하면서도

벅차오르는 마음을 차마 어쩔 수가 없어서

그렇게 사방을 향해 솟구치는 이 마음이

언제고, 영원히, 변함없길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부서질지언정 네 앞에 빛나고 싶은 그 마음을

언젠가, 한 번은, 이제라도 알아주길 원했다.


하지만 또 추락하는 물줄기처럼

바닥에 그 마음 한없이 내려앉아 눌어붙어버린 날이면

가끔은 그냥

이깟 마음, 이렇게 뿜고 뿜어내다

제발 제 풀에 지쳐버려 멈춰주길,

차라리 닳고 닳아 없어지길, 애절하게 사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뿜어내도 뿜어내도

다시금 솟아오르고

다시 또 뿜어내는 분수처럼


하염없이 마음은

그렇게 넘치고, 흐르고,

야속하게 지칠 줄도 모르고 새어 나오고야 만다.

애처롭게 다시 힘을 내고야 만다.



아무리 돌고 돌아도 제자리로 오고야 마는 달의 운명처럼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너를 향해 뿜어낸 마음이

증발되지도, 어디로 흘러가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분수,


제 자리를 맴돌며 하염없이 상승과 추락을 반복하는

그 슬픈 운명 속에

물줄기 산산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처연하고 슬픈 조각조각의 몸짓을 차마 끝까지 볼 수 없었네


그 모습 어딘가 익숙한

어떤 이를 향했던 마음줄기 같아서

물방울인지, 눈물방울인지

숨기고픈 건 들키기 싫은 마음인데,

정작 눈앞만 그렁그렁 흐려진다.



창밖으로 부는 바람소리가 파도소리로 들린 적이 있다

터널 속을 쌩쌩 달리는 차 안에서도 파도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움은 그건 것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모두를 단 하나로 귀결시켜 버리는

심지어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너와 함께 들었던 그날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온 우주의 중심이 네가 되는 말도 안 되는

맹목적 착각과 신념


너라는 세상이 내 온 우주가 되어

설령 제 자리만 맴돌고,

한걸음 벗어날 수도, 한 발짝 나아갈 수도

없다고 한들,


그럼에도 기어이

그곳에 주저앉아 그 운명에 홀딱 젖은 채

잠기고야 마는 마음.


그것이 너를 향한 나의 마음

그것이 사랑,

얄궂고 몹쓸, 하지만

차마 놓지못하는 두 글자.





2025.05월
집 앞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를 종종 보러갑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내 마음의 렌즈를 한번 거친 후 보이는 것이라
내 마음이 어떤가에따라 같은걸 바라봐도 느끼는 것이 제 각각인것 같아요.
이 날, 저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가득한 마음으로 분수를 바라봤나봐요.
나의 삶에 점점 번지는 새로운 추억들이 이곳도 또 다시 채워주길, 덮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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