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소리 없는 "짠!"

너와의 술잔을 비우며,

by 레몬트리


술잔을 가득 채웠다.

마음속에 켜켜이 눌러 담겨 있던 반가움과 그리움의 마음을

송두리째 쏟아내듯, 술잔을 채웠다.

나의 그리움을 너의 잔에,

너의 애틋함을 나의 잔에,

우린 그렇게 술잔을 채우며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따라내고,

그 빈자리를

네가 내게 주는 마음으로 바꿔 채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술잔을 부딪쳤다.

투명하고 작은 잔이 부딪쳐 내는 소리는

귓가에서 듣는 너의 음성처럼

떨림으로 내 마음에 파동을 만들고,

잔이 부딪치며 만들어 낸 찰랑거림은

우리의 눈 맞춤처럼 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나는 술잔을 입에 대기도 전에 취해버린 것처럼

이미 찰랑거리고, 이미 일렁였다.

함께 마주하고 있다는 하나만으로도.



술잔을 들이켰다.

목을 타고 속 깊은 곳까지 내려간다.

잘 마시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알코올의 향이

오직 너와 함께일 때만 낭만적인 향이 되어 코끝을 감싸고,

그 알싸한 향은 식도를 타고

틀림없이 위장을 향하는 것일 텐데

어째서 심장으로 향한 것처럼 가슴이 뜨겁다.

여린 떨림을 만들어내는 작은 고통과

이제야 살 것만 같은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순간.



술잔이 비었다.

서로의 마음을 채워주며 한잔 두 잔...

이 순간이 멈춰버린 듯 영원인 것 같다가도,

이내 영원이었으면 하는 지금 이 순간이

결국 찰나임이 안타깝고.

점점 바닥을 향해가는 술병은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을 말하는 모래시계의 경고처럼

사정없이 매정하고 야속하기만 하다.




술에 취했는지,

분위기에 취했는지,

너에게 취했는지,

또는 취했는지, 취하지 않았는지,

취한 척 그저 진심을 전하고 싶었는지,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물어보거나 확인하지 않는다.

그저 마주한 눈빛으로 알아볼 뿐,

그저 뜨거운 마음으로 전해질뿐.


너에게만 보여주는 내 날 것의 마음

나만 볼 수 있는 네 날 것의 마음

그것이 우리 술상 최고의 안주.


그렇게 우리의 술잔은

'짠'한 서로를 위한 애틋한 위로이자,

'찐'한 너만을 위한 최고의 고백이고,

'찡'한 우리의 운명 앞에 소리 없는 울음이다.


울음을 삼키듯, 술잔을 삼켰고

상처를 소독하듯, 아픈 가슴에 술잔을 부었고,

서로를 향한 우리의 마음에

행여나 갈증 따위 없길 바라며

다시 한번, 술잔을 채웠다.


그리하여

술잔을 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기어코 술병은 야속한 바닥을 내보이고야 만다.


일어설 시간,

다시 그리움으로 그리움을 밀어내야 하는 시간

뒷모습을 보며 보내기가 아쉬워

이 순간만큼은 취하지 않는 나 자신이 조금 미웠다.

마지막이 더 생생하고 맑아지는

취하지도 않는 멀쩡한 나 자신이 조금 야속했다.


하지만 술잔이 찰랑여도 넘치지 말아야 할 것처럼

우리는 간절해도 지키고픈 마음의 경계에서

서성이고, 방황하고, 갈등하고, 번뇌한다.

그러다 휘청,

잠시 휘청하는 우리를

까만 밤이 못 본 척 가려주길 바라보지만,

나의 별은 늘 그렇듯 반듯하게 빛난다.


그래서 더 애틋한 나의 별

술잔을 내려다보는데,

별처럼 빛나는 눈물방울이 아른거린다.

이 별을 조금 더 담고 있고 싶어서.

이 별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금은 슬퍼 보여서.



서로를 향한 소리 없는 "짠!"

그렇게

애틋한,

애 닿는,

애쓰는,

애처로운

우리의 "Cheers"







2025.05
글을 읽고 왠지 오늘 술한잔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술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과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예요
세상 어디에 보여주지 않는 서로의 진실한 눈빛을 마주하고
한잔에 응원을, 한잔에 위로를, 한잔에 사랑을.
그 따뜻하고 유쾌하고 달콤한 순간이 좋아 짠!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애틋하고 사무치는 순간의 짠!도 있지만요 ^^
소중한 이와 술잔도, 마음도 짠! 맞춰보시는 따뜻한 봄날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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