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 위에서
출렁출렁
실 가닥처럼 꼬아 만든 강철 케이블이 하늘에 그네를 만들었다.
흔들리는 다리 위로
수많은 이들이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제 아비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겨우 한 걸음 내딛던 조카 아이는
부모의 눈에서 넘쳐 나오는 애정과 신뢰의 눈빛을 마주하더니,
그 눈빛을 꿀꺽 삼킨 듯.
"나는 세상 제일 용감한 아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힘껏 발을 내디디며
이윽고 타다닥! 용기를 낸 씩씩한 걸음이, 저만치 앞서간다.
살랑이는 바람에, 케이블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다리 위를 나란히 걷던 저 연인은
차마 수줍어 잡지 못한 그의 손을 아찔한 높이를 핑계 삼아 살며시 잡고,
차마 조심스러워 망설이던 찰나, 다가온 그녀의 손을 출렁거림을 핑계 삼아 살포시 포갠다.
그렇게 둘은 손을 잡았다.
둘의 가슴이 이렇게 요동치는 건
출렁다리 위여서인지,
출렁이는 마음 때문이었는지 알 재간이 없다.
걸음이 더디어도, 앞뒤 주변에 자식들을 잔뜩 대동하고,
시끌벅적 다리를 건너고 있는 노부부와 그의 자식들은
살아생전 좋은 곳, 새로운 곳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자식들의 등쌀에
못 이긴 척 뭐 하러 돈을 쓰냐, 사서 고생이냐 말은 핀잔이지만,
이미 얼굴은 참으로 오랜만에 한숨 아닌 웃음으로 만든 주름이
물결처럼 햇살처럼 반짝이며 번진다.
동네 노인들에게 착한 내 자식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었건,
살아생전 이 추억 하나라도 더 깊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었건 간에
하늘이며, 다리며, 강이며, 자식들의 얼굴이며
서툴고 뭉툭한 손가락으로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누르며 사진을 찍는다.
오늘을 그렇게 마음에 눌러 담는다.
그리고 저만치
외로운 등 하나 보인다.
뒷모습만 봐도 어깨가 들썩이는 것 같은
등으로도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
이 높은 곳에 올라와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시름을 내려놓고, 한숨을 덜어내려 왔건만,
눈을 들어 하늘을 봐도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을 내려 강물을 봐도 너를 향한 애틋함이,
눈을 그냥 질끈 감아 봐도 너만 보이는 절절함이,
하여, 그리하여
너를 덜어내려왔지만, 오히려 네가 쌓여만 가서
더욱 출렁대는 그 마음
그래서 등이 들썩였구나,
사모해 본 이만 알아볼 수 있는 그녀의 뒷모습
그러다 그러다
까만 밤이 되면
씩씩한 그 아이, 출렁이다 넘어질까,
설레던 그 연인, 출렁이다 선 넘을까,
충만하던 그 노부부, 출렁이다 휘청일까,
등으로 울던 그녀, 출렁이다 글썽일까,
출렁다리는 해 지기 전, 이미 "출. 입. 금. 지"
그런데 그런데
까만 밤이 되어
나는 출렁다리에 오를 수도 없고
나는 출렁다리 그저 바라만 볼 뿐인데
나는 왜인지 출렁출렁, 휘청이고야 말았네.
아마도 흔들리는 내 마음은
핑계를 찾고 싶었나 보다.
너 때문이 아닐 거야
출렁다리 때문일 거야.
출렁이는 건 나였구나.
너의 한숨 하나에도 비틀대고
너의 웃음 하나에도 휘청대고
'너'라는 글자와 '나'라는 글자 사이에서
말도 안 되게 중심을 잃어버린 내 마음.
말도 안 되는 너를 향한 내 편애.
2025년 6월
5월에 개통했다는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를 보고 왔어요
친척이 계시기도 해서 여행 삼아 다녀왔어요
출렁! 하는 마음 때문에 사고 날까 봐서인지 해질 시간이면 출입통제라
다음날 아침에 다시 방문했답니다
다리 위, 아래에서 오가는 사람들은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을 끄적여봅니다.
모두 연휴 잘 보내셨지요? ^^
쉬고 일상으로 돌아온 저녁은 노곤함이 두 배지만, 평안한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