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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트리 Nov 13. 2024

[ 행복 총량의 법칙 ]


[ 행복 총량의 법칙 ]




아이와 어릴 때부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나누거나 토론을 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편이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주고 나서 느낀 점이나 생각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한 게, 

자라면서는 본인의 생각도 자라니, 

본인이 부당하다, 또는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이슈를 제기하면 

나는 반대편의 시선에서의 의견을 대신 이야기해주고 하면서 

자연스레 토론 때론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결론이 둘이 싸우고 끝날 때도 있는 거 안 자랑 ㅋㅋ)

이과형 딸을 문과형 엄마가 논리로 설득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 




생각나는 주제는 

- BTS의 군입대 보내야 되냐, 말아야 하냐 (몇 년 전) 

- 음주운전 / 촉법소년 형벌 강화

- 낙태금지법

- 소득에 따른 세율의 차이 (역차별인가)

이런 제법 묵직한 주제도 있지만 이런 건 가끔이고 보통은 아이돌이야기,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대부분. 

궁금한 것도 많고, 엄마랑 조잘조잘 이렇게 떠드는 시간이 하루라도 빠지면 서운한, 

그래서 둘이 삐져서 하루이틀 골이 나있다가도 삼일쯤 지나면, 말하고 싶어 죽을 뻔했다고 또 재잘대는 아이 ㅋ



그리운 부산바다, 저렇게 아름답기만 한 반짝이는 불빛들도 사실은 행복과 불행이 모두 섞여서 만들어낸 조합!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행복과 불행은 극과 극이 아닌, 곁에서 한데 섞여



얼마 전, 아이와 나눈 대화가 생각나서, 글로 남겨본다. 


"엄마, 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아이돌 같은 애들은 평범한 애들처럼 공부도 안 하는데, 돈도, 인기도, 외모도 다 가지고, 

 금수저, 흙수저 이렇게 말하는 것들도 애들이 그렇게 태어나고 싶은 게 아닌데, 너무 불공평한 거 같아" 


아이는 조목조목 그런 불공평한 예를, 교육의 기회, 성공의 기회, 물질적인 차이 등의 예를 들며 

나름의 논리적인 의견으로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해 주었다. 



"엄마는 세상엔 [행복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해.  

보통은 사람들이 행복총량의 법칙을 말하면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온다는 뜻으로 이야기하는데, 

엄마가 생각하는 행복총량의 법칙은 좀 달라."



행복총량의 법칙 (자의적인 해석입니다. 근거 없어요 ㅋ)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모든 사람이 다 다르니까, 각자의 그릇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서 만드셔, 

그래서 사람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들처럼 똑같은 재료를 똑같은 비율로 만들어내는 물건들과 다르지. 

그리고 그 그릇에 재료를 넣을 땐 공평하신 하나님이시니까, 결코 어떤 사람만 편애해서 행복이나 불행을 몰빵 하지 않으셔.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공평하게 주시지. 

다만, 종류와 그걸 조합하는 순서가 사람들마다 다른데, 

사람들은 늘 타인의 삶을 부분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나의 불행의 시점에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행복이 커 보이고, 또 사람은 보통은 행복은 과시하지만 불행은  감추거든. 


그러니까 사람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지만, 사실 각각의 인생을 다 펼쳐놓고 플러스 마이너스를 해보면 하나님이 각자의 그릇에 담아주신 행복과 불행 재료의 양은 똑같이 주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네가 생각하는 금수저 중에선 드라마 속처럼 물질적으로 너무 풍요롭지만, 가족의 사랑이 결핍된 사람도 있고, 네가 부러워하는 아이돌도 명성과 외모가 있지만, 사람들의 악플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 

로또가 되면 만사형통인 거 같지만 사기당하고, 가족불화로 오히려 더 불행해지는 사람도 있지. 

반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어떤 이는 물질의 축복을 타고나진 못했지만, 타고난 근성이나 긍정적인 자세로 성공을 이뤄내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건강의 축복을 타고나지 못해 짧은 생을 살아야 하지만 평생 받을 가족이나 연인의 사랑을 받고 행복하게 눈을 감는 이도 있어.  재드래건이라고 행복총량이 더 크겠어? 물질의 총량이 어마무시하지만, 그 책임감의 무게나 총수 아닌 인간 재드래건의 삶으로만 보면,  어쩌면 저녁 6시 칼퇴근하고, 배달도 안 하지만 동네주민들이 줄 서서 포장해 가는 우리 동네 ***김밥집 사장님의 퇴근 후 삶이 더 행복하실 수도 있어.


사람들이 행복과 불행을 자신의 눈에 보이는 걸로만 재단해서 보려니까, 불공평해 보이는 거 아닐까?"


"그리고 자신이 가진 행복의 재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해!

하나님이 내게 좋은 머리를 주셨으면 그걸로 더 행복해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하고, 

하나님이 내게 끈끈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주셨으면 그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해야지, 

자꾸 사람들은 그런 보이지 않는 소중한 행복의 재료는 내팽개쳐두고, 

눈에 보이는 외모, 돈, 명예, 그런 것들에 집착하니까. 

내가 가진 행복의 양이 부족해 보이는 거야. 


그래서 엄마는 [행복총량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하고, 하나님이 나를 만드실 때 내 그릇 안에 넣어주신 여러 재료로 어떤 인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고, 

그걸 잘 만들어낼 수 있게 네 옆에서 도와주는 게 엄마로서 부모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해." 



대충 이런 내용으로 풀어서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음 왠지 내 마음이 정리되고 위로받은 기분 ㅋ


아이는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는 눈으로 경청했고, 

대화가 끝날 무렵에 엄마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라고 고객을 끄덕였다. 


사실 그 뒤에 하고 싶은 말은 

[행복총량의 법칙]을 믿고 싶지만, 어른이 되어 세상을 살면 

모든 법칙의 변수가 있듯, 우리의 인생도 그러해서 

어떤 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절박한 상황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지만, 

사춘기의 딸이 아직은 세상을 좀 더 희망적으로,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로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의 말은 굳이 하지 않고 아껴두었다. 


아마 내가 잘 가르치고, 잘 자라준다면, 이 이야기는 엄마가 굳이 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시험기간 아이가 자기가 목표한 걸 다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찍어주고 싶다고 사달라고 한 칭찬스탬프, 그 중 하나는 엄마가 가지겠다고 했다, 엄마도 스스로를 칭찬할 일 있을 때 꾹 찍





덧) 

엄마는 흔들림이 없는 척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엄마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저는 아이와 똑같은 질문을 마음속에 던지며 

매일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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