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사라질지 모를 옛날 육아일기
[잡담] 언제사라질지 모를 옛날 육아일기 (3)
오후의 나른함은 추억소환만큼 재미난게 없으니까,
심심할 때 꺼내먹는 나만의 피로 회복제, 옛날 육아일기 ㅎㅎㅎ
오래 전 일기, 아기새 만31개월때니까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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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가 엄마를 사랑한다 (아기새 만31개월)
요즘 엉뚱하고 발랄해서 수시로 울다 웃게 만드는 너의 말말말 시리즈.
#1. 면봉
자기 전에 코딱지가 있진 않나 늘 봐주고 있는데, 면봉으로 코딱지 빼주는데
뜬금없이
"엄마 이거 멍멍이가 좋아하는 밥처럼 생겼지?" ->뼈다귀를 말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맞아.............ㅋㅋ
#2 귀마개
한겨울엔 쓰라고해도 안쓰던 귀마개를 요즘 집안에서 신나서 쓰고 다니길래
-엄 마 : OO아 이거 뭐야?, 어떨때 쓰는거지?
-아기새 : 응 귀마개, 귀마개잖아,이건 추울때 쓰는건데~또 시끄러울때도 써~
-엄 마 : 응? 시끄러울때도?
-아기새 : 이렇게 쓰면 시끄러울때 조용해져~ 할머니가 시끄럽게 하면 이거 써 봐!! ㅋㅋㅋㅋㅋ
#3. 엄마 목걸이
아기새는 미아목걸이가 키티랑 엠버 이렇게 2개인데, 자기가 골라서 차고 다니곤 한다.
-엄 마 : 우와~우리 OO이는 목걸이가 두개네
-아기새: 엄마는 목걸이가 없어?
-엄 마 : (불쌍한척하며) 응 없어~ㅋㅋ
-아기새: 내가 아삐한테 사달라고 할께. 내가 아빠한테 받아올테니까..............엄만 눈감고.. 주세요~하고 기도하고 있어~ ㅋㅋ
#4. 오늘의 하일라이트
일요일 밤, 잠자리에 누워 평소처럼 재잘 재잘 이야기 하는데
-아기새 : 엄마, 내일은 회사가? 엄마가 내가 베게에 누워서 이렇게 자는데,
회사가서 일어나면 없어서 내가 많이 심심했어.
-엄 마 : (짠하고 맘이 아파서 꾹 참고) OO이가 속상했어??
엄마가 내일은 회사 갔다가 저녁에 다다다닥~열심히 뛰어올께~
-아기새 : 엄마! 뛰어오면 다리아프니까, 넘어지면 아프니까,, 천천히 걸어와.
-엄 마 : (진짜 눈물이 펑펑 )
내가 아이를 돌보고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부모를 보듬고, 치유하고, 행복하게 하는것 같아요.
엄마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아이가 엄마를 훨씬 사랑한다.
엄마가 아이를 보지 않고 주변을 곁눈질할때에도
아이의 시선은 늘 엄마에게 고정되어있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혼이 나도
울면서 혼을 낸 엄마 무릎에 매달린다.
자신을 가장 좋아해주고 돌봐주는게
엄마라는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내아이가 가장 좋아하는건 누가 뭐라해도
엄마인 "나"라는 사실을 잊지말자,
사랑한다고 누가 누구를 위해 희생해서도 안되고,
짐이되어서도 안된다.
뭉클한건 좋지만, 묵직한건 싫다.
어쩌면 엄마라는 존재는 그리 대단하지도,
대단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어깨의 힘을 빼자.
남녀의 연애가 그러하듯 "그저 같이 잘해보자"는 마음이면 충분하다.
** 오늘, 내게 너무 힘이되고, 위안을 주는, 그런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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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썼네요 ^^
2013년 3월 29일 (아기새 만31개월) 육아일기 중에서
이런 초심을 잃고 요즘 지지고 볶고
저는 저의 동거녀 아기새와 다른 의미의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하고 있어요,
사춘기야.... 제발 훠이훠이 빨리 지나가라 ㅋㅋㅋㅋㅋㅋ
아기 땐 잘 때가 제일 예쁘더니......
열다섯살이 되니....
여전히...
잘 때가 제일 예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추억을 꺼내먹으며 자식키우는거죠? 다들??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