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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트리 Nov 22. 2024

사랑,사랑,사랑

아이의 열네번째 생일 앞에서 싱글맘의 일기


[ 사랑, 사랑, 사랑 ] 



아이의 열 네번째 생일. 

올해도 어김없이 어떻게 해줄까 며칠 전부터 고민하고, 낑낑대며 까치발을 들고 천정에 풍선을 달고 

손편지를 써내려간다. 



매년 하는 생일상. 

식상해하는 것 같아하면서도 은근 기대하는 눈치의 새침한 너의 마음을 

암요, 올해도 미소짓해 해줘야지. 


아이의 생일은 매년 거의 일주일씩 주간 행사로 진행되었던 것 같다. 

이번처럼 대부분 평일이 생일이면 

평일에 둘이서 이렇게 꾸며 놓고 생일 파티를 하고, 


주말엔 친정 동생네 가족과 가족모임으로 생일축하를 해줬고, 

초등때까진 친구들 초대해서 주말에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했으니 

어떻게 보면 우리집에선 연중 가장 큰 행사. 


이혼을 하고나서는 생일 당일날 아빠가 함께 하는 날은 없었으니까. 

아이의 마음이 외롭고 아플까봐 

더 신경써서 꾸며주고, 챙겨준게 한해한해 거듭되다 보니 이제 이벤트 회사 알바해도 될 것 같음 ㅋ

웬만한건 설명서 없이 그냥 뚝딱 ㅋ 







꽃다발처럼 이벤트는 예쁘고 화려한 완성도보다, 준비하는 그 마음 자체가 감동 아닐까. 




사랑을 해서 사랑으로 낳은 아이, 


사랑은 끝났지만 사랑으로 키우고 있는 아이, 


사랑 앞에서 사랑의 책임감을 가르쳐 준 아이,


사랑 속에서 인내와 눈물도 기꺼이 감당하게 하는 아이, 


사랑을 내가 쏟는 줄 알았는데, 내게 더 많은 사랑을 주는 아이,




너를 만나기 위해 여자가 되었고,

너를 만나 엄마가 되었고, 

너와 함께하며 비로소 어른이 되어간다. 




아빠자리 몫까지 둘의 자리를 채워야 하는 홀로인 엄마는 

여전히 너와 하는 모든 처음이 서툴고, 분주하고, 우당탕탕

현모양처, 신사임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사랑, 사랑, 사랑만은 흘러넘치는 마음으로 


아직도 가끔 새벽에 빼꼼- 너의 방문을 열고, 

자는 너의 모습을 보며 손등을, 이마를, 손눈썹을 쓰다듬고 살피는 엄마였음을 

언젠가 그 마음이 엄마의 '사랑'이었음을 기억해줄래? 



덧) 

이렇게 생일은 어여쁜 사진 몇장과 사춘기 아이의 소소한 반응 대신, 

참혹한 주방과 체력+멘탈붕괴를 남기고 마무리

원래 계획은 모두 정리한 후 우아하게 야경을 보여 

애 낳느라 고생한 나자신을  위로하며 와인 한잔을 하는 계획이었으나 (알고보면 알쓰,,,ㅋㅋ)

어쩌다보니 옛 기억 소환의 시간을 잠시, 

그러다 보니 거의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한 듯 



모든 것이 사랑이었고, 

모든 것에 후회는 없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고, 

모든 노력과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것이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오늘의 최선은,,

어제 저녁에 아무래도 음식을 남길 것 같아서 스테이크는 굽질 않았는데, 

그게 빠졌다고 서운했던 따님에게 막판 서비스로 고기 구워 입에 넣어줘야겠어요. 

아기새 컸다고 좋아했는데 여전히 어미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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