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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트리 Oct 31. 2024

달려온다

두 발 자전거

- 달 려 온 다 -




달. 려. 온. 다. 그녀가

내게

바람을 가르며

잔뜩 신이 난 얼굴로

까르르 웃음까지 담아..


초여름의 뜨거운 햇살 사이로

초록이들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서

세상 좋아하는 흙 밟는 소리를

두 바퀴로 가득 싣고..


이혼직후였던 두해 전 봄

사주었던 네발 자전거.


드디어


보조바퀴를 떼고


힘차게 그녀가 달려온다.


수영도 태권도도 축구도 발레도 줄넘기도

운동이라면 다 좋아하는데

자전거 보조바퀴 떼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듯


겁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코칭해줘야 하는 엄마가 힘에 부치고

다칠까 겁을 내니 더뎠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드디어 용기 내어

두발 페달을 힘차게 밟고 달리기 시작

숨 가쁘고 얼굴이 빨개져도

포기하지 않은 네 용기와 끈기에 박수를.


그녀가

내 앞을 스쳐간다.

이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지나간 2년을 스쳐 보내듯.

그렇게 바람을 가르고

내 앞을 지나쳐

이미 저 앞으로 달려 나간다.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휘청거려도 멈추지 않고.-

-힘들어도 주저앉지 않고.-


내게 그리 살라는 듯

너는 그리 점점 멀리 앞서간다.



그리고

자신을 응원하는 엄마를 보며

씩-

승리의 미소로 답한다.

나는 너에게

큰 소리로 환호성과 물개박수를.

마음속으론 대견함과 감동으로 뜨거운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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