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서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아침 7시 20분에 하늘에 달이 저렇게 청아한 모습으로 떠있다.
이미 날은 훤히 밝았고, 달은 지는 게 마땅한 시간인데
희미한 것도 아닌
그 어느 때보다 동그랗고, 밝고, 또렷하게 파란 하늘 한가운데 떠있다.
순간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너의 시간이 아니며, 너는 이제 마땅히 져야 할 존재가 되어버렸다.
마치 끝난 인연 앞에서 차마 돌아서지 못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눈동자처럼
맑게 빛나고 예쁘지만
허락되지 않은 시간, 허락되지 않는 공간에서 홀로 외롭게 빛나고 있는 달님이
끝내 마지막까지 봐주는 이 없어도 소중한 마음, 후회 없이 빛내고 있는
너의 용기와, 어여쁨에 홀로 마음속으로 응원을 담아 보내는 출근길.
출근길에는 다가오는 시간의 주인공 - 해가 뜨고 있다.
이미 시간과 모든 것은 주인공을 위해 밝아진 지 오래지만,
주인공이 등장하는 주변은
도화지에 잉크가 번지듯 온통 붉은빛으로 설렘과 수줍음, 기대를 가득 안고,
그리고 무엇보다 찬란하게 그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의 출근길은 요즘 이 해를 마주하며
이 길이 회사로 가는 길인지
저기 빛나는 해를 향해 가는 길인지, 헷갈릴 만큼 눈부신 장면을 마주하며 달린다.
모두의 탄성과 감탄을 받고, 시선을 주목받으며
저렇게 해는 뜨고 있고
너무 희망차고, 당연하고, 아름다운데,
이 길을 가는 내내
나는 아침에 하늘 한쪽 자락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끝끝내 마음을 붙들며 보이고 있던
애처로운 달님이가 계속 눈에 밟혔다.
하지만, 순리대로 산다는 건 뭘까
마음에 거스르지 않고, 솔직하게, 충실히 살아가는 것 아닐까.
이미 아침이 되어 해가 뜨고 있는데, 달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수줍게 뜨고 있는 해를 외면하면, 그것 역시 순리를 거스르는 일 아닐까.
아침이 되면 햇살을 받아들이고, 그 빛과 온기에 감사하며 한껏 누려야 하듯,
혹시
그 어느 날 마음에 사랑이 찾아오더라도,
나도 모르게 아침을 맞이 했듯,
나도 모르게 젖어드는 그 마음이 순리임을 잊지 말고,
지나간 시간에 연연하고 미련을 남기느라
사랑이 시작되는 찬란한 시간을 놓치지 말자.
홍사윤의 詩 "순리를 따르며"
월요일을 위로해 주는
아름다운 출근길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