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아저씨는 틀렸어(4) 인생의 게임 규칙

by Little Tree

#죽음과 불안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죽음에 다가간다.

자연스러운 죽음의 때를 늦추기 위해 인간은 많은 애를 썼다.

진시황은 죽음을 거부하기 위해 누군가는 불로초를 찾았고

중세 연금술사들은 죽음을 초월하는 영생의 물질에 집착했다.

현대 의학에서는 줄기세포를 동원하여 생명 연장을 꿈꾼다.


죽음은 인간을 불안하게 한다.

죽음으로 인한 불안을 심리학자들은 실존적 불안이라 불렀다.

실존적 불안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에 찾아올 죽음이라는 불안 앞에 두려워하기 보다

가치와 신념, 인생의 의미를 통해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기를 택한다.

죽음을 마주할 때 과거의 삶을 돌아보며 오늘을 의미 있게 살겠다 다짐하며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한 마디를 건낸다.

역설적이지만,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살아간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

가정폭력과 학교에서의 왕따, 고통을 참을 수 없는 학생이 죽음을 선택했다.

가족에게 큰 금액의 빚과 수치스러운 일을 안긴 가장은 자신의 죽음으로 가족들을 큰 짐에서 해방시켰다.

치료법이 없는 건강 문제, 극심한 고통. 죽음을 앞둔 자신이 돌봐야 할 움직이지 못하는 배우자.

이 둘은 결국 한 날에 죽기로 결정했고 안락사가 가능한 나라로 떠났다.


이들이 선택한 죽음에 대해 우리는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

아니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그저 안타까움을 표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폭탄을 두르고 적진 한복판에 뛰어든 이의 죽음은

앞선 다른 죽음과 무엇이 다른가.


이 모든 죽음들 앞에 질문하게 된다.


인간은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가.



# 인생의 게임 규칙

빅터프랭클은 인생을 체스판으로 비유했다.

“체스판에서 문제에 부딪혔다고 해봅시다. 해결법을 찾지 못할 때 체스판에 있던 말을 던져 버리는 것은 게임 규칙을 어긴 것입니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살한 사람은 죽음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의 게임 규칙을 어겼다는 것은 모릅니다. 우리는 체스판 안에서 규칙에 따라 말을 움직이고 말의 위치를 바꾸며 왕을 지킵니다. 그렇게 체스를 두며 해결해야지 말을 내동댕이치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게임 규칙은 반드시 이기라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것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 대신 ‘삶’을 택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생존’하기를 원하는 욕구가 있고

관계 안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이며

살아온 삶 혹은 미래의 삶에서 ‘긍정’과 ‘행복’, ‘기쁨’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음 대신 삶을 택하는 것이 ‘옳다’ ‘당연하다’ ‘중요하다’ 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것은

빅터프랭클과 내가 만났던, 고통을 견디고 살아낸 사람들 때문이다.

그들이 웃으며 살아가는 것, 문제에서 답을 찾지 못했으나 의미를 발견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는 이들에게 호의를 배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싹싹 끌어왔음에도 죽음을 선택한 이들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개인의 자유라고 말할 것이다.

죽음이 선택의 문제라고 해서 죽음을 쉽게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체스판에서 이기지 못한다면(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규칙을 지키며 게임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그들에게 규칙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빅터프랭클이 말하는 인생 규칙을 알지 못했다.

규칙을 알았다고 해도 그 선택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인생의 규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문제(고통)에서의 해방이다.


프랭클 아저씨의 인생규칙은

옳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통이 너무 큰, 문제의 답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옳음은 와 닿지 않는다.


죽기 위해 가지고 있던 약을 모두 복용하고 응급실에서 깨어난 학생이

몸이 회복되고 위클래스에 왔을 때

아이에게 프랭클 아저씨의 인생규칙을 말했다.


"샘. 알아요. 그런데 안되는 걸 어떻게 해요. 못 견디겠는걸 어떻게 해요."


학생에게 필요했던 것은 인생규칙이 아니라, 도움이었다.

현실의 제약 앞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

힘겨운 길을 가는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

"괜찮아. 잘하고 있어."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죽음을 향해가는 이들에게

죽음을 선택하겠노라 말하는 이들에게

프랭클아저씨가 "체스판의 말을 던지는 건 게임 규칙을 어긴거랬어." 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 죽음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야 한다.


길을 걷는 아이가 우물을 향해 걸어갈 때 얼른 달려가 아이를 붙잡는 것처럼

체스 말을 내던지지 않도록 붙잡아줘야 한다.


인생의 게임 규칙을 모르는 이들의 손에

고난과 고통으로 쭈글쭈글해진 손을 내밀어 붙잡아야 한다.

인생의 게임 규칙이 의미가 없는 이들에게

-살다 보니 나아지더라.

-살다 보니 살아지더라.

-살다 보니 별거 아니더라.

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 인생의 게임 규칙은 반드시 이기라는 것이 아니라 싸우는 것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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