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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A Apr 08. 2017

마이솔, 스스로 요가.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

마이솔, 힘든가요?

아쉬탕가 동작을 다 외워야 하나요?

몇 시간이나 하나요?

누가 가르쳐 주죠?

마이솔은 수업인가요? 아님 자율학습?


마이솔 클래스를 시작한 첫 주이다. 그동안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주저하던 나였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스스로 하는 자율학습처럼 뿌듯하기 그지없다. 미루던 숙제를 다하지 못했지만 첫 장은 넘긴 느낌이랄까.


아쉬탕가(빈야사) 요가의 수련은 두 가지로 나뉜다. 구령 수업과 마이솔. 이번에 나는 지도자 교육을 통해 시리즈의 동작들을 제대로 배우고 있지만 아사나(동작) 하나마다의 원리를 이해하며 호흡에 맞춰 흘러가는 아쉬탕가 요가를 그저 눈으로 보고 적당히 몸을 움직이는 것은 따라가기조차 쉽지가 않다.


선생님들이 앞에서 동작을 시범하는 것을 데모라고 짧게 말하곤 한다. 아쉬탕가 수업이든 빈야사이든 대부분 선생님의 데모를 눈으로 보고, 구령을 귀로 들으며 수련을 하게 된다. 어떤 동작인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문제는 내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책상에 앉아서 누워서 하루의 대부문을 보낸다. 어떤 특정 부위, 어깨, 가슴 같은 상체를 여는 동작을 하다가도 분명 나는 했다고 생각하지만 힘만 잔뜩 들어갈 뿐 조금도 흉내 내지 못한다. 그 순간 알게 된다. 스스로 몸을 조절할 줄 모르는 기계적인 삶을 사는 현대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마이솔은 인도의 한 지명을 뜻하기도 하고, 자기 자신만의 호흡으로 이어가는 아쉬탕가 수련법을 일컫는다. 아쉬탕가의 시조새님이신 구루지의 손자가 지금은 그곳에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마이솔을 다녀왔고 요가에 미쳐있는 많은 이들이 수련하기를 꿈꾸는 곳이다. 나는 다녀오고 싶은 마음보다는 다녀온 이의 가르침을 한번 받아보고 싶은 정도? 그저 정통,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요가가 궁금할 뿐이다. 내게 요가는 현실 속에, 내 일상의 삶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동네 요가원, 한 달에 몇 만 원으로 근근이 수련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네에게 특별한 수업을 찾아 요가 기행을 떠나는 열정은 시간과 돈,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다. 그저 마이솔을 할 수 있는 동네 요가원이 있다면 감사하게 인연을 이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적어도 혼자서 모든 동작을 이어갈 수 있는 정도가 되기 전까진 말이다.


마이솔 수련은 혼자서 한다고 누가 뭐라 할 이는 없겠지만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련일 경우는 능숙한 핸즈온이 더해진다. 말 그대로 내 몸에 선생님의 손이 닿아 교정해주는 것이다. 때로는 완력을 가해 깊숙이 전굴, 후굴, 트위스트를 완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살짝 터치 정도이다. 너무 내려간 손, 너무 벌려진 다리, 힘이 빡 들어간 어깨, 방황하는 시선과 함께 갈 곳 잃은 목까지 어느 방향인지를 스을쩍 알려준다. 선생님의 가볍고 신중한 핸즈 온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수련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아사나를 외워야 한다. 특히 호흡과 동작의 일치는 매일 외워도 매일 헷갈린다.


데드 리프트를 한다고 치자. 그럼 숨을 고르며 한번, 두 번,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할 수는 있지만 데드 리프트 이후에 호흡을 이어가며 런지를 한다거나, 푸시업을 하지는 않는다. 흔히 격한 운동, 타바타 같은 짧은 시간 동안 태우는 운동들은 지속시간이 짧다. 그런데 아쉬탕가(빈야사) 요가는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리듬을 타야 한다. 물론 나는 아직도 힘을 줘야만 아사나를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나마 정확한 반다에 적정한 힘을 쏟았을 때는 다음으로의 연결이 어떻게든 되지만 쓸데없이 해내고야 만다는 욕심이 들어가면 온 몸이 뻣뻣해지며 엉망이 되곤 한다.


하나의 아사나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도 어려운데 아사나를 호흡에 맞춰 정확하게 이어가는 것은 그만큼의 수련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우짜히 호흡을 이어가려면 숨이 거칠어지지 않아야 하는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아사나에서 나는 무너지고 만다. 구령 수업일 경우는 무너진 호흡을 구령에 맞춰 다시 일으켜 세우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마이솔에서는 오로지 나의 소리 없는 구령만이 존재할 뿐이다.


마이솔에서의 배움은 스스로의 몸을 들여다보는 집중에서 온다. 구령에 따라가느라 호흡을 이어가느라 막상 호흡에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느 근육을 쓰고 있는지 모른 채 흘러가곤 한다. 그러나 마이솔 수련에서는 흐트러지면 다시 주워 담는 것도 나이고 허물어진 자세를 멈추지 않는 호흡 안에서 이어가려고 애를 쓰는 것도 나이다. 어쩌면 변칙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 변칙적인 틈으로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보게 된다. 조절하려면 적어도 머릿속으로 명령을 내리고 움직일 줄은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움직이지 않을 경우엔 가만히 다가온 선생님의 손에 호흡과 함께 몸을 맡긴다. 그럼 어느 순간 내가 아무 쓸데없는 부분에 너무 과한 힘을 쏟아붓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각 아사나마다 이어지고, 그렇게 감각을 되찾아가다보면 발가락 하나, 손끝 하나에도 나의 의지가 들어가게 된다. (물론 아직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희미한 기대를 품을 뿐이다.)


마이솔 수련은 어떤 점에서는 장점이 단점이 된다. 다만, 이런 이들에겐 한 번쯤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1. 데모(+선생님의 구령)를 눈으로 쫓아가는 것에 지친 이.

 (단점은 모든 동작을 외워야 하는 정도?)

2. 우짜히 호흡과 아사나의 조화를 만나보고 싶은 이.

 (단점은 구령이 없기에 흐트러지기 쉽다는 것?)

3. 무엇보다 나만의 수련을 하고 싶은 이


나의 소소한 요가는 집과 요가원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마이솔이 별거냐 싶어 집에서 동영상을 틀어놓고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닿는다.  이 정도면 되었다.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잘못된 자세가 습관으로 가는 지름길로 빠지게 된다. 요가의 그 어떤 아사나도 쉽지 않다. 태양 경배 자세쯤이야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어느 곳에 집중해야 하는지 얼마나 힘을 빼야 하는지 손가락과 발바닥의 위치는 어디여야 하는지, 우리는 배워야 하는 게 많다. 그렇기에 요가원의 선생님은 중요한 존재이다. 게다가 나와 잘 맞는 분이라면 그건 엄청난 행운이다.


엄청난 행운이 모두에게 간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선택의 폭이 좁은 호갱님이시다. 유명한 곳들이 너무 멀고 시간이 부족해 결국 돈만 버리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만약 동네 요가원에서 마이솔을 찾기 어렵다면 인터넷에 mysore, ashtanga series , Yoga Therapy - Primary Series 등으로 검색해서 아사나의 순서와 호흡법을 머릿속으로 익힌다. 그리고 유튜브를 검색한다. 아마도 고수들의 90분짜리 데모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고수들마다 약간씩의 개인차가 발생한다. 뭐든지 아사나가 나의 몸 어딘가를 아프게 한다면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씩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primary series의 cheat sheets를 구했다면 각 아사나의 이름을 유튜브에서 검색해 천천히 동작을 익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나의 소소한 요가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시작했다. 키가 170인지라 내게는 2m X 2m의 공간은 약간 작다. 집이 작은지라 어쩔 수 없지만 장소가 익숙해지면 부딪히지 않는 노하우가 생긴다.

1. 공간 확보

   : 되도록이면 항상 비어 있는 공간이 좋다.

2. 시선 정리

   : 요가 도중  정신을 산란하지 않게 하도록

3. 도구 완비

   :매트가 기본, 나머지 것은 차근차근!

도구의 필요성과 유용함은 인정하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 몸과 마음이다.

혼자서 하는 소소한 요가가 다치지 않게 되려면 전문가(선생님)를 꼭 만나야 한다.


모든 새로운 시작은 두려움과 설렘을 동반한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접한 이후부터 규칙이 있는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매력에 빠져 사랑하기까지의 시간은 내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좌우된다. 자신이 못하는 것에 끓임 없이 실망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은 성취감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 남들은 다 잘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저 지치기만 하기에 좀 더 쉽게 느껴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곤 한다. 나 역시도 오랜 기간 요가원을 전전하며 나름 긴 수련기간을 자랑하지만 첫 동작부터 얼마나 바르지 못했는지를 깨닫고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특히 마이솔 수업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호흡들로 가득 차 있어 내가 머루를 수 있는 공간인지 선뜻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이의 절도 있는 아사나에 마음을 뺏기는 순간부터는 나의 마이솔이 아니다. 그러나 얼마간의 적응기를 거치면 (나에겐 이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 고요한 나만의 공간,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못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하지 말자.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의 목표는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머무르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인도의 마이솔이 내가 만드는 소소한 요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나만의 고요한 수련에 한 발자국 다가서 보자.

매번 하는 약속이나 각오는 잠시만 접어두고,

그저 오늘 하루 조금 더 나아가는 것, 그 작은 변화를 느껴보자.

켜켜히 쌓여 올라가는 것, 삶 속에 요가는 그렇게 하나씩 쌓여간다. 그렇게 삶이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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