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에 대하여
나만을 위한 요가를 하겠다.
육하원칙에 따라 누가라는 것은 '나'로 한정 짓고 수련을 시작한다. 더 이상 누군가의 수련을 따라가며 반복하는 것을 멈춘다. 이제 내가 선택하기로 한다. 일단 교재를 찾는 것부터 시작이다. 내게는 많은 책들이 있다. 어쩌다 만나게 된 책들 중에 하나를 고르기로 한다. 언젠가는 다 읽게 될 것이다. 망설임 없이 그저 눈길 가는 데로 골라본다.
우선 번역본에서는 파탄잘리의 제자, B.K.S. 아헹가의 요가 디피카를 골랐다. 부록을 포함해 총 663 쪽이다. 가볍게 훑어본다. 총 3개의 장, 개요, 요가 아사나, 반다 와크리야 그리고 프라나 야마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요가에 대한 설명을 개요에서 하고 그림과 함께 요가 아사나 하나씩의 이름과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프라나 야마, 호흡에 관한 설명이 마지막 3장이다.
2장의 아사나에 대한 부분이 책 전체의 455 쪽, 2/3 가 할애되어 있다. 사진 설명은 간략한 흑백이다. 사실 더 큰 이미지가 컬러로 실리고 글이 더 적은 책도 보았으나 최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고 싶었기에 선택했다.
두 번째로 고른 책은 원서이다. 그동안 우짜히 호흡과 빈야사 위주의 요가 수련만을 경험했기에 오직 그것만이 전부라 생각해왔다. 지난여름 발리에서 만난 모든 수업이 다 신선했지만 인 요가는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요가 지도자 과정을 통해 인 요가를 처음부터 다시 접하였다. 체계적인 이론과 발전과정이 궁금해졌다. 결국 처음으로 인 요가를 구분해놓고 정리해 놓은 책을 두권 골랐다. 인 요가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은 다시 정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최신판 YOUR BODY YOUR YOGA / Berine Clark을 골랐다. Berine Clark의 첫 번째 저서는 실제 동작 사진과 설명 위주였다면 최신 버전의 이 책은 삽화 위주이고 인간의 몸 전체의 동작보다는 뼈와 내부 조직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세 번째 책은 DHARMA MITTRA의 ASANAS_608 YOGA POSTURES이다. 2003 년에 출간된 책으로 저자는 뉴욕의 유명한 요가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선생님의 선생님으로 불리며 수많은 요 가인들이 찾는 곳이다. 그의 스승은 처음으로 미국에 하타요가극 1950년대에 들여온 Sri Swami Kailashananda a.k.a. Yogi Gupta이다.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45세, 1980년 즈음하여 1,350개의 아사나를 구현하여 사진으로 남겼고 그중 908개로 Master Yoga Chart를 남겼다. 그리고 608 개를 책으로 출간했다. 그 책이 2003년에 개정되어 다시 나온 모양인데 내가 구한 책이 그 버전이다. 사실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을 요가 도구에서 가장 먼저 발견했다. DHARMA wheel이라는 것인데 후굴을 연마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도구이다. 본디 정품이 비싸기에 유사제품으로 국내의 것을 구입하였지만 원리는 똑같다. 어쨌든 그의 오래된 책을 고른 것은 단 한 가지 말 때문이다. 바로 "Teachers' Teacher"이다. 총 670 쪽이다. 앞의 소개말을 제외하면 모두 자세를 취한 사진과 설명뿐이다.
요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교과서도 없고 개개인마다의 몸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떤 것이 맞는지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요가하다 목이 부러져 죽는 경우도 있다 한다. 첨엔 웃어넘겼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유명한 요가 스타들로 몸이 다쳐 몇 개월의 치료를 거치고 다시 나오기도 한다. 다만 널리 알려지지 않을 뿐. 평생 요가를 했다는 이들로 그럴진대, 청소년 시절을 딱딱한 책상에 앉아 보내고 그 기간만큼의 직장생활을 한 내가 다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요가 지도자 과정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는 혼자서 수련하는 법, 다치지 않고 스스로의 몸을 관찰하며 천천히 달라지는 법을 배운 것이다. 물론 한 단계 나아가며 다시 요가원을 두들길 수도 있다. 혼자 가는 길이 더 멀고 오래 걸리는 법, 다만 스스로 고민하면서 알아가며 적어도 나에 대해 맞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시차적 응이 덜 되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다 보니 한국의 아침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행 가기 전 매일 아침 마이솔을 가거나 집에서 혼자 두 시간 수련을 했던 것에 비하면 후퇴한 듯하다.
이제는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한다. 몸을 억지로 일으키지 않으련다. 피로감과 근육통, 편안하지 않은 압력과 과한 스트레스를 더 이상 요가를 통해 내 몸에게 선물하지 않겠다. 물론 이게 나의 게으름의 변명이 되지 않음을 안다. 게으름을 하루빨리 걷어내고 정상적인 하루로 돌아가야 한다.
오랜만에 아쉬탕가 풀 시리즈를 끝내 본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는다. 아사나는 호흡이 깊어질수록 예전의 감각을 되찾는다. 오히려 전신의 힘을 조절함에 있어 예전보다 가벼운 느낌이 든다. 수련을 마치고 사진을 통해 확인한 아사나의 정렬이 예전 같지는 않다. 아쉬운 마음보다 반가운 마음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즐거운 수련이 시작되었다. 천천히 나머지 다섯가지의 답을 채워 나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