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nA Sep 14. 2017

서문에 담긴 묵직한 울림.

YOUR BODY YOUR YOGA 01

아파트 단지마다, 동네의 흔한 상가건물마다 '요가'라고 써진 간판을 발견한다. 언제부터인가 요가는 스포츠 센터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요가스타 강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래된 요가원의 진지한 표정과 정직한 동작들이 세련되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요가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며 점점 하나의 주류와 비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생겨났고 연예인이 등장한 광고가 등장했다.


그간 나는 단순히 요가가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자본이 투입되고, 눈으로 보이는 것이 부각되어가는 게 다 그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교과서로 선택한 책,  YOUR BODY YOUR YOGA 의 서문을 읽으며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다.


Paul Grilley의 서문은 내가 알지 못했던 미국 요가의 발전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요가 역시 서구의 발달 후에, 조금은 뒤늦게,  조금은 변질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가 얘기한 서구에서의 요가의 발달사는 그동안 왜 요가원들은 이렇게 수업을 진행할까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현대의 스포츠 문화의 폭발적인 발전과 요가의 발전사가 맞물려 있다고 그는 얘기한다. 처음부터 요가 그 자체로 알려지기보다 다양한 운동의 한 형태로 스포츠 문화에 입성한다. 조깅, 바디빌딩, 에어로빅, 댄스 교습 등을 두루 비교하다 보면 단체 운동의 한 종류로 분류되고 실제로 댄스 교습 등의 후발 주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서구의 요가 입성기를 짤막하게 들여다본다. 현대인에게 운동이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은 이래로 다양한 스포츠 관련 단체가 생겨난다. 삶과 건강, 운동에 관한 기사들과 추천글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요가가 그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끼어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운동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않는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빈야사, 아쉬탕가 요가 (대표적으로  Pattabhi Jois)가 그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 이전의 차분하고 정적인 스타일의 요가는 잊혀 가고 에어로빅과 비슷한 움직임, 그러나 좀 더 신비스럽고 특별한 요가가 사람들 사이에 정통 요가로 굳어지게 된다.


사실, 그 과정이 요가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요가를 어떻게 하면 빠르게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는지에 집중된다. 그렇게 기존의 요가 스튜디오의 가르침 방법과 다른 규칙들, 일반화 될 수 있는 아사나 시리즈가 탄생된다. 그 아사나를 습득하는 것을 바탕으로 200시간- TT(Teacher Training, 지도자 교육)가 등장한다.  일반화와 보편화가 정통요가의 중심에 있었고, 이윽고 "Rules of Alignment"가 요가원의 특징에 맞게 정립되기 시작한다.   


서문의 시작은 "Rules of Alignment"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1980년 후반 그리고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정렬, 규칙, 순서 등이 하나로 정리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TT 프로그램(지도자 교육)조차도 거의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된다. 동시에 매우 개별적이고 상대적으로 지루한 요가의 다른 면이 사라지고 모두에게 적용되고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교과서가 있는 요가가 시작된다.  그 중심에 아헹가 요가가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헹가 요가 스타일은 일반적인 요가 지도자 교육 과정 중에서도 가장 길고 비싸다. 그러니까 그 안에서도 우리는 그 보편적이라는 스타일의 요가보다도 더 짧고 일반화된 요가를 받아들이고 계승하는 중인 것이다.


요가 사업은  Los Angeles의 Iyengar Yoga(아헹가 요가)와 Yoga Works(요가 웍스)을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Bikram yoga, Anusara yoga 등의 다양한 요가 시리즈 등이 빠르게 등장하고 널리 퍼졌다. 실제로 이 요가들은 우리나라에도 한 꼭지를 담당하고 있다. 가르치는 이들 사이에는 각 요가마다의 대본이 존재한다. 동작을 어떻게 연결하느냐는 요가를 구성하는 큰 요소로이다. 머리를 싸매고 요가 선생님이 스스로 짜기도 하지만 이미 알려진 유명한 요가를 그대로 시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Paul Grilley는 요가의 브랜드라 말한다.


이효리가 배우는 하타요가, 아쉬탕가 요가 그리고 가장 다양한 빈야사 요가도 그 브랜드의 일부이다.  그 과정은 사실 서구 사회에서 일어났을 뿐이지 아헹가, 파타히 조이는 모두 인도 전통 요가에서 갈라져 나온 사람들이다. Paul Grilley는 일반화되고 보편화되어가는 과정의 요가는 200시간에 걸쳐 양성해야 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요구했던 시대의 결과물이라고 얘기한다. 나도 그 효율적인 시스템에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썼다.


내가 제일 다르다고 느꼈던 아쉬탕가 조차도 그 일반화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하는 서문에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물론 그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님을 그는 강조한다. 나 역시도 지금의 요가시장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에 요가도 맞춰서 달라지는 것이고 그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한 덕분에 우리 사회에도 요가원이 지금과 같이 많아질 수 있었다. 그저 저변이 확대된 지금부터는 이 전으로 돌아가서 깊이와 다양성을 일구어 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는 비슷한 브랜드를 가지고 스타강사에 기대는 것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서문의 마지막 문단과 첫 요약글의 핵심은 두껍고 작은 글씨와 그래프, 그리고 온통 뼈 스케치로 가득 찬 이 책을 정독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다.  셀 수 조차 없이 다양하고 많은 수의 아사나는 위대한 스승들에 의해 각 요가마다 분류되고 정리되어 그들만의 고정적인 표본을 만들었다. 그러한 브랜드의 시작과 성장은 요가사업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쌓았다. 아사나 효능과 브랜드 요가의 업적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모두에게 적용될 수 없는 부정확한 일반화가 계속되었고 그로 인해 개개인 다른 몸에 대한 융통성이 사라졌다.


아사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대부분 선생님의 시연을 보고 따라 하며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난관에 부딪히면 대부분 ' 아직 몸이 열리지 않아서 그래요' ' 좀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될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노력과 인내, 꾸준한 수련을 이야기한다. 물론 그 말도 맞다. 우리의 몸은 태어난 이래 계속 뻣뻣해지고 있으며 현대인의 생활 패턴은 그 현상을 부추기고 있으니. 그러나 그 꾸준한 수련 안에 나의 몸이 얼마나 다른 몸인지, 어째서 나의 요가는 절대 안 되는 동작이 하나씩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어쩌면 저자도 그러한 난관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소개글에 더이상 무릅의 통증을 모른 척하며 무리한 아사나를 하지 않는다라고 써있는 걸 보면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의 첫 번째 목차가 무엇이 나를 멈추게 하는가 이다.


내가 존중하는 선생님들이 불어오는 요가 열풍에 인도로, 캐나다로 인증을 받기위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그로 인해 더 많은 훌륭한 선생님들이 배출될 것이고 요가 문화가 더 깊어질 것이다. 한편으론 그 한가지 면만이 요가 시장의 전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 역시도 오늘 아침부터 시르나아사나와 핀차를 반복하고 있다. 아사나 또한 요가의 한 부분임을, 수련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되어야 함을 나 역시도 알고 있고 실행하고 있다.


모든 것에 열려있는 마음으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리고 그 중에서 나의 몸과 마음에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것. 내 몸에 맞는 요가를 알아가는 것이 수련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 여기, 나의 요가를 만들어 보자.  

누군가의 발자취가 아닌 내 몸을 위한 요가를 시작해 보자.

무엇을 담을지는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나의 몸, 나의 요가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의 교과서를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