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정리 여왕의 마스크 전쟁
더욱이 매월 말일이 가까워지면 발주창을 열어놓고 행사상품을 주욱 적으며 이번 달은 어떤 상품을 주력으로 할까 고민을 한다. 눈에 잘 띌 수 있게 가게 앞 행사매대에는 주로 주부들을 타겟층으로 두어 세제나 섬유유연제를 깔거나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을 위한 맥주를 진열한다.
코로나19가 터졌다.
"마스크 몇 개 있어요?"
"마스크 없어요?"
마스크, 마스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 대부분은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뿐이었다.
마스크 전쟁이 시작되었다. 약국에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야 하는 현실까지 도래했다. 평상시에는 잘 나가지도 않았던 마스크는 발주제한이 걸렸다. 최대가 2~3개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며칠 후에는 발주가 막혀버렸다.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쟁여둘걸 그랬다며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세상이 왔다. 안 그래도 매장에서는 한시도 쉬지 않고, 왔다 갔다 분주한 나로서는 숨이 턱턱 막혀왔다. 더군다나 매출이 오르지 않아 숨 막히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헐떡이는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어버려 어질어질 현기증이 일어났다. 심지어 코로나 초반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들이 많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손님이 작은 기침이라도 하면 손님이 가고 나서 그야말로 난리를 피웠다. 알코올 소독제를 들고 카운터, 문 손잡이 등 소독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소용없는지도 알지만 공기 중에도 알코올을 분사했다.
"손님, 마스크 쓰시고 들어오셔야 돼요."
"손님, 마스크 착용해 주세요."
하루종일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해 댔다. 입술이 마스크에 닿아 쓰라리고 아팠다. 집에 돌아가면 입술은 퉁퉁 붓고 벌게져 있었다. 그래도 해야 했다. 마치 마스크 쓰기 홍보대사처럼 열심이었다.
코로나에 걸리면 끝장이었다. 일주일간 영업정지는 물론이고 한 번 코로나에 걸렸던 매장은 입소문이 퍼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다는 소문을 들은 나는 겁이 났다.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가족은 당연하고 아르바이트생들과 그의 가족들 마저... 아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유하는 나의 애원에 손님들은 잠깐인데 뭐 어떠냐, 유난이다, 대놓고 기분 나빠했다.
이런 시국에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왜 내가 욕을 먹어야 하지?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감정이 표정으로 바로 드러나는 타입이라 눈만 빼꼼 내밀어 거의 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가리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매일 싸움이 일어났을 거다.
제발, 제발 부탁이니 마스크 좀 써 주세요!!!
애절하고 간절한 고요한 외침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