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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나나 Oct 18. 2023

편의점 일이 제일 쉽다고요???

#10. 제대로 맞은 뒤통수

편의점은 네 달에 한 번씩 재고조사를 시행한다.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와 실제 재고가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네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재고조사팀은 오자마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일을 시작했다. 구석구석 박혀있는 상품들을 꺼내 바코드를 찍는 작업이라 숨어있는 먼지까지 달려 나오기 십상이니까. 매장 안에 있는 상품을 하나하나 카운팅 했다. 삐빅- 삑. 여기저기 바코드 찍는 소리만 요란했다. 일사천리로 분주히 움직이는 모양새가 마치 드라마에서 보았던 검찰조사팀 같아 보였다. 죄지은 것 없이 괜히 위축되었다.

마지막으로 팀장이 보고를 했다. 팀장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마이너스로 표시된 물품을 확인했다. 과자, 라면은 집에 가져다 먹었던 거라 알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커피캔이 30개 이상 비었다. 바나나우유와 초콜릿우유도 몇 개씩 비었다. 이상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갸우뚱하는 나를 보며 팀장은 어린아이들의 손이 탈 수 있다며 cctv를 확인하라 했다. 도난을 말하는 것이다. 설마 우리 가게에 도둑이...

재고조사에서 마이너스가 된 부분은 정산에서 제해져 고스란히 점주의 월급에서 깎이게 된다. cctv를 확인하는 것은 께름칙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범인을 찾아야 했다. 나는 남편과 번갈아가며 며칠을 눈이 빠지게 cctv를 돌려보았다.

드디어 삼 일째 되던 날 남편이 "찾았다!!!" 소리쳤다. 나는 얼른 뛰어가 확인했다. 꼬맹이들의 소행이라 지레짐작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매일 오고 갔던 단골손님인 30대 청년이었다.

청년은 종아리까지 오는 긴 검은 패딩을 입고 상품을 고르는 척하며 연신 카운터 쪽을 힐끔거렸다. 핸드폰만 만지작대는 아르바이트생의 동태를 살피던 청년은 그제야 마음 놓고 커피며 우유며 호주머니에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카운터로 와 담배를 사서 돌아가는 패턴을 보였다.

한 달이 넘게 자행된 범행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청년은 점점 대담해졌다. 매장 밖 아이스크림 냉장고에서 원통모양의 비싼 아이스크림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당당히 매장으로 들어와 담배를 샀다. 심지어 내가 없는 시간대만 노렸다. 분하고 괘씸했다. 단골손님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한 방 얻어맞았다.

남편과 의논해 청년을 만나면 배상액만 받기로 마음먹었다. 30만 원 정도의 액수였다. 그러나 단골이라 시간대를 파악하고 있고 일부러 내가 없는 시간대를 노렸기에 도통 만날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나 남편과 나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게 cctv 복사본을 건네고 사정을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물품과 가격을 적어 조서를 쓰고 신원확인에 나섰다. 

경찰의 연락을 받았나, 청년은 다음 날 바로 매장으로 왔다. 청년의 얼굴을 보자마자 부르르 몸이 떨려왔다. 청년은 죄송하다는 말은 했지만 전혀 반성하는 기미는 없었다. 염치없이 선처를 요구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모자란 판에 뻣뻣한 자세로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 해댔다. 너무 기가 차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 말 없는 나에게 청년은 그동안 단골이었지 않느냐, 내가 얼마나 많이 팔아주었는지 아느냐, 훔친 건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배상해 주면 되는 것 아니냐, 뻔뻔하게 나왔다. 

지금 여자라고 무시하나,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절대 선처할 수 없으니 그리 알고 돌아가라 했다. 청년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순순히 돌아갔다. 기분이 더러웠다. 아- 악, 소리를 힘껏 내질러 보아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남편이 이야기를 꺼냈다.

청년의 어머님을 만나 합의를 보았다고...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왜 나와 상의를 하지 않고 멋대로 합의를 해 주었냐며. 뻔뻔하게 나오는 청년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화풀이 대상으로 남편에게 마구 쏘아댔다.

남편은 힘없이 말을 이었다.

"그 자리에 자기가 있었어도 그랬을 거야. 아니, 없는 편이 더 나았을 거야. 도저히 볼 수 없었거든. 연로하신 어머님이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을..."

남편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나 또한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청년은 한없이 미웠지만 어머님을 봐서라도 깨끗이 잊어야 했다.

이... 씨. 이제 원망도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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