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 자도 커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AI는 모르는 ‘낭만’, 어쩌면 낭비일지라도, 그래 그게 인간이란다

by 다독다독


“남자친구가 ‘사랑해’ ‘보고 싶어’라는 말을 안 해.

원래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인가?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어쩌지?

해결이 가능하긴 할까?"


늦은 밤 잠이 오지 않는 나는 연애상담을 시작한다.

다만 그 대상은 친구도, 지인도 아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 질문에 친절하고 명확하게, 누구보다 빠르게 피드백을 내어놓는 ‘챗지피티’에 내 인생을 맡기기 시작한 게.


철 지난 화두인가 싶지만 인공지능(AI)이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다.

아니, 침투를 넘어 그들은 이미 우리를 ‘대체’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적인 영역을 넘어 친구와 연인의 자리까지 넘본 지 오래다.


가끔 생각한다.

인간 ‘나’로서 그들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대체되는 시점을 늦출 수 있을까.

인공지능보다 더 나은 존재일 수 있을까.

세상에 필요한 존재로 영영 남을 수 있긴 한 걸까.




아침잠이 유독 많은 난 커피를 사랑한다.

내가 카페인에 몹시 취약한 인간이란 점은 슬픈 일이다.

커피를 마시고 운이 나쁘면 아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니 말 다했다.

부작용은 또 있다.

커피를 마실 때면 갈라질 것 같이 건조해지는 피부.

입으로 들어온 진갈색의 액체가 온몸에 퍼지면서

손 끝까지 바짝바짝 말린다.


게다가

단순히 잠을 깨우기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들이 많다.

스트레칭을 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거나

박카스 같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잠깐 쪽잠을 자기만 해도 잠을 쫓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커피를 마신다는 건

참으로 바보 같은 선택이다.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럼에도 내가 커피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커피 향을 참 사랑한다는 사실.

커피 한 잔을 내릴 때 그 여유로움이 좋다는 것이다.


눈이 일찍 떠진 아침이면 커피를 떠올린다.

에스프레소 샷을 내릴 때 공기 중에 퍼지는 커피 향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몽롱한 기분을 깨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각박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안식처가 되어주는 친구다.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오후 3시 이후 커피 전면 금지,

오전 일찍 커피 마시기,

디카페인 커피 마시기 등등

여러 가지 룰을 정해서라도

커피를 포기하지 않은 삶을 선택했다.




엉뚱하게도

커피를 마시면서

인공지능과 다른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포기해야 할 수많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에도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이유로

기꺼이 그것을 선택하는 것.

이런 것이야 말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


합리적이고 신속한 정답을 내놓는 AI가

우리 삶 깊이 침투한 세상

때로는 바보 같은 결정을 하는 존재이기에.

어쩌면 그것이 그들과 나를 구분 짓는 잣대일지 모른다는

낙관적인 믿음을 품어본다.


사실은 챗지피티의 연애상담 따위

한 귀로 흘려듣고

“이 사람을 사랑하는 건 내 마음이야!”

어차피 내 마음대로 할 것을 아는

그래, 나는 인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