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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Dec 22. 2022

책방 해보니 어때요?

8개월 차 책방지기의 소회

2월에 서점 사업자 등록을 하고 4월에 오픈했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꿈을 이룬 지 8개월 차. 초보 책방지기의 마음은 어떨까. 아직 1년이 되진 않았지만 12월이 되었으니 올해의 소회를 나눠볼까.


'이게 정말 가능할까?' 막연한 호기심으로 가정집 거실에 책방을 열었다. 남편과 초록색 페인트로 벽 한편을 칠하고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책장을 주문했다. 처음 책을 주문할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떤 책을 큐레이션 할까 고민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고 싶었던 책 위주로 한 권씩 주문하고 내 삶의 정체성이 담긴 책 4권을 주문했다. 월든, 조화로운 삶, 꽃들에게 희망을 그리고 리추얼이었다.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채워나가자 마음먹었다.





개업식 날 시루떡 한 말을 주문하고 첫 방문 손님이 도착하는 시간까지의  기다림이 그렇게 떨리 수가 없었다. 책방 근처에 사는 온라인 친구들, 그리고 마을 이웃들이 와서 가득 축하를 해줬다. 아이들 반 친구들이 와서 "이모 이제 여기가 책방이에요?" 묻기도 하고, 한참 그림책을 읽고 가기도 했다. 반나절 시끌벅적한 시간이 지나고 텅 빈 집에 홀로 남았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정말 시작이네, 싶었고 감사하다 싶었다. 케이크와 쿠키를 구워 주는 손길, 안 보는 책이라도 한 권 사주려고 책장을 한참 들여다보는 눈길, 첫날인데 아무도 없으면 어쩌냐며 와준 걸음까지. 책방을 열었을 뿐인데 보이지 않는 마음이 가득 찼다. 그 힘으로 8개월을 보내지 않았나 싶다.





책방을 집에서 연다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상의 공간을 정갈하게 유지한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세 아이가 함께 사는 집에서 꽤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처음엔 장점이 훨씬 많았다. 아침마다 집을 치우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익숙해지니 내 일상 자체가 단정해지는 일이었다. 집은 더 많이 비워졌고, 청소의 영역은 점점 줄었다. 초반의 '긴장 상태'에서는 분명 그랬다. 문제는 여름방학 이후였다. 아이의 방학과 함께 한 달 동안 책방 문을 닫았다. 그 사이 나는 꽤 아팠고 다시 열고나니 지속할 힘이 사라졌다. 예약 가능한 날을 올리는 일에 뜸을 들였고, 사람이 오지 않으면 오히려 좋다는 마음도 불쑥불쑥 올라왔다. 그러다 손님이 방문한다는 연락이 오면 갑작스럽게 대청소를 해야 했다. 에너지가 많이 들기 시작하니 때때로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집과 일터의 경계가 없는 곳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일터는 순식간에 사라짐을 배운 시간이었다.


아마도 제일 궁금한 건 수익이겠다. 책을 입고 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입고율이었다. 보통 책의 정가에 25-30% 할인된 가격에 입고를 하게 된다. 평균적으로 책이 15,000원이라고 한다면 많게는 4,500원이 남는 것이다. 택배비가 3500 - 4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으로 책을 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대형 인터넷 서점은 10% 할인도 해주고, 다음 날 바로 배송되고, 심지어 한 권만 사도 무료배송인데 어떻게 우리 책방에서 책을 사라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고도 책을 올리지 못했던 이유다. 차마, 차마 그렇게는 할 수가 없어서 온라인 배송은 포기했다. 다만 기존에 내가 운영하던 필사 모임을 책까지 포함한 가격으로 받았다. 책과 필사노트, 드립커피와 편지. 마음과 향기를 가득 채워 보내는 것으로 이런 불편한 주문을 한 손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책은 가능하면 오프라인으로 판매를 했고 숲 속 책방이라는 장점을 살려 북토크도 진행하고 공간 대여도 했다. 그렇게 해서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평균적으로 매달 5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초반에는 그보다 많이 벌었지만 여름방학 이후 시들해진 마음가짐 덕분에 수입이 현저히 떨어졌으므로 평균 수입이다.



사실 책방은 수익구조가 너무 좋지 않다. 책이라는 것이 판매가 많이 되는 상품도 아닐뿐더러 인터넷 서점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고 직접 책을 사러 발품을 파는 경우는 더욱 없다. 찾는 책이 없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때문에 내가 책방을 하고 싶다고 여러 동네 서점을 다닐 때 그토록 말리셨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즐겁게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월세를 내지 않는 '가정 책방'이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적자'일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점포를 얻고 거기에 서점을 냈다면 지금 같은 안일한 마음으로는 할 수 없었을 것.




8개월 동안 책방을 꾸리면서 나는 책방지기로 사는 내가 참 좋았다. 읽고 싶은 책을 주저 없이 볼 수 있었고, 책방을 구실로 좋아하는 작가님들께 연락을 드릴 수도 있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지인들도 책방을 방문한다는 이유로 산골짜기까지 찾아와 줬고 온라인에서 사진으로만 접하던 친구들을 직접 볼 수도 있었다. 책을 매개로 나누는 수다는 내향인인 나에게도 꽤나 즐거운 시간이었고 책방 덕분에 깨끗하고 청결한 집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떠나더라도 계속 책방지기로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나는 그것들을 고민할 시간을 가정책방이란 안전 공간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무턱대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나뭇잎 책방은 꿈꾸는 사람 나날이 상상만 하던 영역을 현실화해본 일이다. 숲 속에 멋진 건축물을 짓고 읽고  노래하고 말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커다란 꿈을 꾸는 사람의 미니버전이니까.


당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말하세요.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세요.

그토록 바라던 꿈에 나도 모르는 새에 닿아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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