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상이 완전히 멈추었던 시간, 나는 오히려 조금씩 꿈틀 했다.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멈춰있던 사람의 몸부림이었다.
매일 새벽, 컴퓨터 앞에 앉아 길고 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평생 맨 정신으로 동트기 전 하늘을 본 날이 없었는데 그토록 눈이 떠지지 않았던 새벽이 짧게만 느껴지다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일찍 일어나려고 애를 썼던 날들이었다. 그래야 아이들이 깨기 전에 한 글자라도 더 쓸 수 있었으니까.
오리털 파카를 입고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어가며 냉기 가득한 거실 테이블에 앉았다. 모니터 위에 깜빡이는 커서를 막연하게 쳐다보다 신중하게 키보드 자판 하나하나를 눌렀다. 어느 순간 내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손가락이 저절로 다다다다 움직였다. 과거의 어느 때로 타입슬립해 그때의 나에게, 누군가에게 폭발하 듯 감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A4 두 장이 꽉 찼다.
어떤 날은 너무 독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떤 날은 쓰레기 같다고 느껴져 삭제하기도 했다. 그렇게 볼품없는 날 것의 단어들이 후드득 쏟아져 어느 날 돌아보니 100장이 넘는 글이 쌓였다.
이미 차다 못해 흘러넘치는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썼다.
나에게 글쓰기는 그런 것이었다. 더 이상 품고 있다가는 독이 될 마음의 배출이었다. 맹독이 빠져나간 자리가 쓰라려서 울었을지라도.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도 말걸. 여태 잘만 외면하고 살았던 감정이었는데 들추지 말걸. 텅 비어버린 헛헛함에 후회도 많이 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시작이었다. 내 인생에 하나도 보탬이 안 되는 찌꺼기 같은 감정을 거둬내고 나니 그 안에 감춰진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던 부모님을,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 남편을,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나 자신을 마주했다.
무엇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나를 향한 투박한 마음들이 보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글을 쓰고 난 후, 나는 나와 나의 주변인들과 화해했다. 비로소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나를 세상에 내어놓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 글쓰기라, 아직 그것밖에 알지 못해서, 그래서 계속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