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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Aug 09. 2021

선한 영향력은 관심 없어요.

누구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요?



이 질문은 끝도 없이 나를 따라온다. 나뿐인가. 아마 누구나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꼬리에 매달려 시종일관 따라온다. 그래서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 무엇이 되고 싶은데? 난 한동안 그 질문 앞에서 작아졌고, 여전히 그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난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여전히 모른다.


요즘 꽤 외로운 아니 공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풋이 필요하지만 어떤 인풋을 원하는지 모르겠고,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떤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 마음의 갈급함을 책으로 어떻게든 해소하려고 하나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난 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가끔 나를 한 번씩 흔들어 놓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마음은 사실 괜찮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길고 긴 통화 끝에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잘할 거예요.'라고 말했지만 위가 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주저앉아 끙끙거렸다. 여전히 나에게 헤어짐은 슬프고, 내가 그리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뼈아프다.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일만큼 나를 포장해야 함도 알고 있다. 그 모든 걸 알고 있어서 아프다. 알고 있지만 할 수 없어서, 할 수 있지만 내 길이 아님을 알아서.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축복을 빌어주는 일뿐임을.


남편,  뭘 해야 하지? 나보다 더 날 잘 아는 그는 물었다. 사람들이 널 따랐으면 좋겠어? 화들짝 놀란 나는 즉각 대답했다.


아니. 정말 싫은데. 그런 건 부담스럽다고.


언젠가부터 당신의 꿈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마치 짠 것처럼 선한 영향력을 이야기했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내 꿈을 이루면서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니까. 모든 일에 맥락을 만들어주는 꿈, 선한 영향력.

물론 나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실은 아니었다. 이토록 치열한 세상에서 하나의 대안이 되는 삶이면 좋겠다 바라지만, 그 또한 누군가 그리 생각해주면 좋은 거지, 그런 걸 꿈꾸지 않는다.


나는 선한 영향력 같은 것은 관심 없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누군가의 미래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그가 스스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갈 때까지 옆에서 함께 걸어주고 이야기 나눠주는 것 그 정도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그게 내가 누군가에게 바랐던 일이기도 하다.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넌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응원과 지지를 받는 일, 지치고 쓰러질 것 같을 때 어깨 한 번 툭 쳐주며 가자,라고 손 내밀어 주는 정도. 난 타인에게 딱 그 정도를 기대한다. 그러니 내가 그 이상을 누군가에게 하는 건 내 입장에선 월권이고, 오지랖이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침해다.


지독하게 답답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내가 내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시간의 힘이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지 나는 알고 있다. 그저 치열하게 고민하며 내 삶을 매일 한 걸음 걸을 뿐이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걸음이 되길 바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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