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날 작가 Aug 14. 2021

전업 주부도 직업이라면, 나의 일터는 어디인가요?

비어있는 집을 수익화할 수 없을까?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설문지를 보다가 나는 잠깐 머뭇거린다. 뭐라고 써야 하지? 잠시 멈췄다가 또박또박 두 글자를 적어 넣는다. 주부. 그렇다. 나의 직업은 주부다. 주부의 사전적 정의는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이다. 비록 출근과 퇴근 없이 쳇바퀴 도는 직업이지만,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장점도 있다. 다만 하나, 문제가 있다면 내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공지영 작가를 좋아했고, 그녀의 책을 대부분 읽었다. 알게 모르게 난 그녀의 삶의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했을 거고, 영향을 받았을 거다. 그녀는 유독 여자의 노동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나는 매번 그 부분에서 마음이 따끔거렸다. 그녀의 책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네스는 파출부는 거의 쓰지 않고 혼자서 모든 집안일을 해내고 있어. 그게 자기의 직업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가끔 우리는 친구들 모임에서 농담을 하곤 하지. '저기 진정한 프로 주부 오신다.' 하고.


만약 지금 내가 이 문장을 봤더라면, 분명 이렇게 말할 거다. "아네스 님, 당신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런 친구들 만나지 마세요."라고. 하지만 그 책을 읽었을 때엔 어린아이를 키우며 살림살이에 열중할 때라 아네스가 꼭 나인 듯 느껴지면서 나의 무가치한 노동력을 탓하곤 했다. 언젠가 사회로 돌아갈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자격증 공부를 하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어쩌면 지금 내가 여러 가지 경제적인 일들을 하게 된 것도 그때의 자극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싶다. 누구나 돈을 벌길 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음으로 인해 잃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일부는 자신이 받는 돈의 액수가 자기 능력과 비례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의 관점에선 급여가 전혀 없는 전업주부는 무능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업주부의 노동이 경제적으로 환산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들의 삶이 문제인가. 나이를 '가치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돈의 크기와 그녀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양육 혹은 그녀들의 노동으로 인한 기회비용의 크기가 동등할 수 있다.

다만 나는 여전히 공지영 작가가 말하는 육체적 노동의 중요성과 밥벌이의 주체성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전업주부는 무엇으로 자신의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의 일들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요즘, 주부도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면서, 큰돈은 아니지만 밥벌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나는 여기에 작은 아이디어를 보태고 싶어 졌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 것처럼, 주부도 자신의 일터인 집으로 출근한다. 요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서울의 경우 그녀들의 일터는 못해도 평당 1000만 원 이상이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기관이나 학교에 가는 시간 동안 그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내 생각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나는 주부이다.

나는 가정의 살림살이를 하는 안주인이다.

가정은 한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다.

나의 일터는 "집"이다.


그렇다면 집을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내 작은 실험이 나와 비슷한 엄마들에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되길,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길, 같이 해보고 싶은 도전이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시작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