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업맘이지만 나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강의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시간 관리"였다.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세요?', '그렇게 많은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어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볍게 해 드리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시간이 없을까?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다. 나도 시간이 없다고 울부짖던 사람 중 하나였다.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다고 이야기하던 사람이 나였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딱 그런 셈이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전업맘의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전업주부여서, 다른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이렇게 특정하여 쓰지만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내 시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 우선순위 정하기.
둘째, 루틴 만들기.
셋째, 가족의 도움 구하기.
중요도의 순서대로 적었지만, 이 셋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내 시간관리는 이게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면 이렇다.
삶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면, 중요도의 순서로 일을 정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간관리의 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중요하지 않는 것들이 시시때때로 삶을 치고 들어올 때, 내 시간을 갉아먹을 때 지혜롭게 그것을 거둬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읽고 쓰는 일이다. 누군가에겐 명상이고, 누군가에겐 감사일기 같은 행위. 내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아주 짧지만 나 스스로에게 건네는 약속과도 같은 시간. 시시때때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더라도 휘청거리고 약한 내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주는 시간이기에 나는 이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또 하나는 엄마로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아이와 함께 놀아준다거나 공부를 도와주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아이가 안정감을 갖도록 넓은 울타리를 세우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짧게 스치는 순간이라도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있다. 엄마와의 대화라거나 엄마의 따뜻한 품이 필요한 시간. 아무리 바빠도 그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나는 전업맘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생산적인 일을 하는 시간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시간, 책 쓰기나 글쓰기처럼 나의 경험치를 높이는 시간, 함께 일하고 싶거나 영감을 주는 이들을 만나는 시간. 이 시간도 아주 중요하다. 내가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은 무엇일까? 중요도로 일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여기서 밀리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대게 의미 없는 수다가 전부인 만남, 누군가의 SNS를 훔쳐보는 일,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읽는 책 혹은 방송, 내 의지와 관련 없는 요청 혹은 인풋 같은 것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일은 아니다. 나는 가끔씩 만나 무해한 수다를 떠는 동네 언니들과의 시간이 소중하고, 로맨스 소설을 읽거나 먹방 TV를 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도 사랑한다. 다만 이것을 일상에 반복적으로 끼워 넣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좀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분배한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한다. 가끔 맛볼 때의 그 충만한 행복감도 쏠쏠한 즐거움이 된다는 걸 아니까. 또 하나는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집안일인데, 이 부분은 셋째, 가족의 도움에서 다시 설명하려고 한다.
시간 창조자 로라 밴더캠은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나가게 되면, 시간은 저절로 절약되는 것이라고.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조급하다'라는 의미는 결국 내 시간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하느라 정작 사용해야 할 곳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고 있다면 꽉 찬 일정으로 살고 있더라도 충분히 여유로울 수 있다. 단순히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멍 때리는 시간만이 '여유로운 삶'은 아니다. 여유는 나의 선택으로부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