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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날 작가 Dec 25. 2021

크리스마스의 악몽

폴라 익스프레스를 아시나요?

지금 시각 새벽 5시 50분.

나는 밤 새 악몽에 시달리다가 잠들기를 포기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꿈속에서 나는 셋째 손을 잡고, 예전 친정집이 있던 골목을 걷고 있었다. 가는 길에 내가 중학교 때 불편해하던 친구가 어른의 모습으로 지나갔다. 흠칫 놀란 나는 아이 손을 더욱 꽉 쥐고 집에 도착했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었다. "나 집 나왔어. 그렇게 힘들면 이혼해도 돼." 뜬금없는 말에 대체 무슨 소리냐고 전화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집에 들어오셔서는 계속 전화를 방해했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을 수가 없었다. 막둥이는 그 사이 넘어졌는지 코피가 나고, 나는 힘겹게 사람 사이를 비집고 계단을 올라갔다. 집에 도착했다.


벌떡.

오빠!

어둠 속에서 그를 불렀다.

어어.

대답이 들린다.

오빠가 꿈에서 집을 나갔어.

헉.

남편은 헐레벌떡 일어나 집을 나갔다.

나는 뒤늦게 입을 막았다.






우리 집엔 올망졸망한 세 딸이 있다. 5살, 8살, 10살.

크리스마스가 뭔지 알랑 말랑 한 셋째와

산타를 철석같이 믿는 둘째와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 첫째.

세 고객님의 입맛을 맞추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오후 반차를 쓴 신랑과  아이 선물을 샀다. 케이크에 촛불도 호~ 불고 즐거운 밤이 이어졌다.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평소와 달리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과 나는 눈짓으로 '이따 아이들 잠들면 차에서 선물 들고 오자'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아이들은 잠들지 못했다. 설레고 설레서.


우리는 같이 잠이든 척을 하다가 진짜 잠이 들었다. 내가 살며시 일어난 것이 새벽 2시쯤. 막 남편을 깨우는데 둘째가 눈을 번쩍 뜨며 "엄마 몇 시야" 묻는다. 그 소리에 첫째가 "주아야 얼른 자. 산타 할아버지 안 와." 작은 부스럭 소리에도 눈을 뜬 꼬마들은 억지로 잠든 척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버티다가 우리는 또 잠이 들었다. 내 악몽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온갖 내 무의식 속에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사방팔방 튀어나오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벌떡! 오빠! 를 큰 소리로 외쳤음이다. 다행히 잠들지 못하던 아이들도 지쳐 잠이 들었고, 남편은 비몽사몽 선물을 가지러 나갔다. 하아. 이제 잠을 버틸 수 있는 나이가 아니구나,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다. 그래도 미션 완료.







우리는 첫째가 산타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확신이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다.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씩씩거리며 돌아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 친구들이 산타는 없대. 다 아빠랑 엄마가 선물 주는 거래. 근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산타는 믿는 아이에게만 존재하는 거야.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그랬어. 믿음을 가진 아이에게만 산타의 종소리가 들린다고. 나는 계속 믿을 거야. 그렇지 엄마?


아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의 그 믿음을 엄마가 지켜주마!

악몽에 시달리는 것쯤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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