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다는 말에는 발끈하지만 내성적인 것은 확실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쓴 글이었습니다. 외부로 뻗어나가는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저는 혼자서 사부작 거리는 걸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해요. 그렇다고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이야기가 통하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기쁘고 즐겁습니다. 그 만남을 자주, 오래 지속하지는 못할 뿐이지요.
이런 제가 온라인 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었습니다. 나를 지키면서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SNS에 무궁무진하다는 것이죠. 자주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고, 외부로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지 않고도 나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 내가 내 색깔을 잘 드러내기만 하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남을 깨달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나서 '내향인을 위한 브랜딩' 책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주변 사람들이 넌지시 말했습니다. 웃었습니다. '내향인'은 맞지만 '브랜딩'에 관해서는 이론도 실전도 모르는 사람이니까요. 다만 저와 비슷한 지점에 공감하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향인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활발하게 SNS를 활용하는 것이 신기하구나.'
우연인지 혹은 제가 관심을 집중해서인지 그즈음 제가 활동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 모임 팀라이트에서 <SNS 글쓰기>에 대한 강연을 해보자고 하셨고, 전자책을 함께 써보자고 만난 지인도 <인스타그램 사용법>에 대한 글을 써보라고 했습니다.
재밌죠.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였습니다. 저는 이전에 <우리는 숲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전혀 결이 다른 육아 에세이를 썼고, 당장 두 번째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조차 전혀 하지 않았던 터라 예상하지 못한 주제 앞에서 잠깐 당황을 했던 참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책입니다.
내향인, 블로그,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 전업맘, N 잡러, 수익화, 기록 등등
제가 써볼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를 적어보았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목차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인스타그램 사용법에 대한 실용서를 써보자고 시작했지만 그것은 쓰고 싶지도 않고 쓸 수도 없는 책이었어요. 단순히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쓰지 말자. 나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면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자기 계발서의 콘셉트로 써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이 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브런치에 나의 기록을 남겨보자며 시작했던 글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엄마의 온라인 생존기"라는 제목으로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운 좋게도 브런치에 몇 개의 글을 올렸을 때 즈음 좋은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어서 이 뒤로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1년의 시간이 흘렀고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