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꽂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작 Aug 17. 2021

정글 속 정원사

The Ugly Duckling



 수완은 마지막 남은 작물을 살피고 등을 돌렸다. 온도와 습도는 매뉴얼대로 유지되었고 일조량도 순조로웠다.

 그녀의 컨디션 또한 무장된 채,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행동 범위와 기분을 측정해가며 강박적인 일상을 갖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빗장뼈 사이에 달라붙은 백조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시설 밖으로 빠져나왔다. 점심  약속시간이 한 시간 남았지만 조금 일찍 실습실로 향했다.



 3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설탕과 크림을 삼킨 버터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숨으로 포만감을 잠시 느끼다 디저트실 창문으로 리은과 눈이 마주쳤다.

 긴 시간 작업을 마친 그녀는 며칠 만에 사람을 보는 것처럼 문 쪽으로 뛰어왔다. 익숙한 행동에 수완은 한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후배들은 안 보이네?"

 수완은 각종 머신과 작업대를 느리게 스캔했다. 작업대 한쪽으로 플레이팅 사진들이 띄었다.

"마무리는 내가 한다고 했어"

 식욕과 시간을 통제하고 혼자서 일에 몰입하그녀의 성격모를 바 아니었다. 그 흔적은 탁자 위에 스윗하게 남아있었다. 꽃잎은 완성됐고 이제 여왕만 넣으면 작품이 완성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디저트 3코스에 출품할 주제가 마법의 정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종종 누군가에게 큰 감동을 주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자신이 받은 만큼보다 더 크게 돌려주고 싶은  행동 양식일 거라 믿었다.

 리은은  인생 최고의 끌림을 경험했다. 그리고 3년 동안 유일하게 떠오른 좋은 기억이었다. 우울했던 하루하루가 타르트의 레몬향으로 치유되는 듯했고, 이스파한 요거트 무스가 온몸에 생기를 넣어주었다.



 리은은 지긋지긋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마치 자신의 모습이 씻다가 포개진 그릇 같았다. 어떻게 요렇게 끼었을까?

 어느 날, 조리를 끝내고 설거지를  하는데, 큰 볼 안에 작은 볼이 끼었다. 물을 철철 흘려보내도 빠지지 않던 그 두 볼. 

 그녀가 갖고 있는 성격은 친구들에겐 그녀만의 단점으로 비추어졌다.  무슨 소리가 들리고 어떤 일이 벌어져도 리은의 몰입도는 아무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자기네들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억울해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미워할 일은 아니었는데.. 슬프고 아팠다. 그때 함께 슬퍼했던 수완  말했다. _1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은 애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