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주말이면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때가 대학교 1학년 봄쯤 되었으니까... 잠깐은 부러웠다. 난 매일 같이 절친을 만나서 프랜차이즈 버거를 먹었다. 과 친구들 얘기와 옷, 화장품 얘기를 주로 나누면서, 늘 가던 동네에서 비슷한 코스로 주로 시간을 보냈다. 늘 붙어다녔어서 하루하도 안 만나면 친구가 궁금하고 그 버거가 먹고 싶었고 엉덩이가 근질근질 해졌다.
출처: yes24/ 나랑 친구할래?, 최숙희 글 그림
같은 과 남자애가 어느 날 나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매일 같이 만나던 친구와 난 알아버렸다. 그 남자애는 우리 둘 다 좋다고 한 거였다. 사실 신입생 오티 때 나와 같은 조였던 그 남자애가 나에게 관심을 보였었긴 했지만 난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틈에 내 절친에게도 고백을 하다니... 지금 말로는 '썸'이라고, 친구와 나는 동시에 대시를 받아놓고는 특별하게 썸을 탄 적이 없이 그 남자애가 한 마디라도 하고 우리 주위를 맴도는 동안 서먹함과 호기심이 주된 감정이었다. 처음엔 새로운 화젯거리로 꽁알 대기가 재미있었지만 3개월쯤 지났을 땐 차차 험담으로 바뀌어 갔다. " 걔 있지?, 걔 말이야,"걔가 글쎄"... 어느 새 친구와 나에겐 걔는 걔일 뿐이었다.
부러 무관심한 척 할 필요도 없었지만 굳이 그 애 얘길 꺼낼 이유도 없었다. 이미? 드디어? 아니나다를까? 그 앤 다른 과의 여자친구와 공대 건물을 활보하고 다녔다. 그러고 1년 쯤 지났을까... 절친도 남자 친구가 생겼다. 새 학기때부터 몰려다녔던 끈끈했던 여인 사총사의 조직은 한 사람이 빠져나갔으므로 축하 반, 휑하디 휑한...허전함 반이었다. 우리와의 시간보다 커플만의 시간, 커플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을 금세 이해해야했다.
졸업반이 되자 우리 사총사 중 다른 한 명은 결혼을 했다. 꽃 그 자체였던 친구가 사랑받는 모습에 ... 잠깐은 부러웠다. 한동안 연락을 서로 하지 않았다.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뿐이었다. 누구도 늦거나 빠른것은 아니었다. 잘 됐다고도 말할 수 없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솔로 두 사람은 '남았다'라고 표현들을 했다. 남은 두 사람은 어찌어찌 하다가 교수님의 추천으로 같은 실험실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우리 넷은 목표를 세운 바 없이, 순서를 정한 바 없이 알아서들 착착 예상치 못한 미래들을 맞이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