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번 버스를 올라탔다.

by 빛작

2020번 버스를 탔다. 출발 후 첫 번째 정류장에서 안내방송이 나왔다. 전 버스에서 갈아탄 승객이 수산시장에서 물을 맞고 왔으니 물이 튀지 않게, 냄새가 묻지 않게 조심하라고. 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세 번째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올라탔다. 왜 그런지 벨이 울리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많은 정류장인데 아이들더러 내리지 말라고 했다. 거리는 인파가 줄어들었다. 버스는 소독이 시작됐고 밖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올라타는 사람마다 체온을 쟀고 37.5도가 넘는 사람은 늘어났다. 앉을자리도 부족했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정류장

여름이라 앉을자리에 꼭 앉아야 할 승객을 챙기는 일에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열 번째 정류장, 말하는 것도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제자리걸음 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웠다. 2.5미터에서 2미터로, 2미터에서 2.5미터로 떨어져 있어야 했다. 가족과 동료와 친구와도 비디오와 마이크가 필요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열한 번째... 열두 번째... 종점이 다가왔다. 이쯤에서는 학교도 식당도 문이 열릴 줄만 알았다. 차들도 비행기들도 쉴 틈 없이 달릴 줄 알았다. 공연이며 스포츠며 모든 활동은 안내방송의 통제에 따랐다. 과장되지만 집안에서만 웃어야 했다. 회사일도 집에서 , 집에서... 임대문의와 폐업이 적힌 종이가 눈에 띄었다. 휴우~ 눈에 띄지 않던 승객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로 다시 분주해졌다. 종점에 도착하기 전 문제가 해결될 줄만 알았다. 한숨...답답한 마음이지만 이런 상황을 견디며, 이겨나가야 할 방법을 찾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다. 사람들은 마음을 털어내며 2020번 버스에서 드디어 내렸다



2021번 버스를 탔다. 격리와 금지의 빗장은 계속되었다. 단선 가닥의 입자들은 아직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의 사태 앞에서 우리는 열두 번째로 희망 물량을 확보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다. 버스의 승객들은 버스 손잡이와 기둥을 잡고 새롭게 출발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소망 버스에 응원과 격려를 실었다. 모두들 다시금 버스 창밖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지금 나, 너, 우리 모두의 숨과 삶의 본질로 돌아가는 첫 번째 정류장이다. 자, 흔들리더라도 부딪히더라도 종점까지 타고 갈 준비는 되었을지요...뒷거울도 봐가면서 호흡도 조절해가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달려봅니다.



2021년 작가님들의 건강과 가족, 일과 여가에 행운과 행복이 깃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