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웠다. 계절을 헷갈려하는 모기가 눈앞에서 앵앵거렸다. 잠을 방해하는 괴로움이 커지자 나는 손뼉을 쳤다. 안 되겠다. 전등을 켠 후, 눈동자를 굴려가며 모기를 따라갔다. 다시 손뼉을 쳤다. 불같은 시뻘건 피가 휴지에 묻어났다.
모기 이 녀석이 다녀간 손목에 미세한 가려움이 올라왔다. 왔다 간 줄 모르고, 눌러앉아 침을 꽂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왜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 소리 속도보다 더 빨리 피를 뺏어간 녀석의 '전략'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란다. 모기의 침이 피부에 들어오는 것을 모른다. 나도 동물들도 모기를 피할 생각만 했지 관찰은 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관찰했던 과학자들은 말했다. 모기 침은 그 옆면이 울퉁불퉁한 돌기로 되어 있다고. 동물의 피부에 침을 갖다 대면서 머리를 미세하게 떤다고. 그래서, 동물 피부에 돌기 끝부분만 살짝 닿아 피부와 마찰면적이 최소화된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릴 적에. 필수 예방접종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무서워할까 봐 사전 정보를 주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주인이 잘 기른 칠면조의 목을 어느 날 비트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와 옷을 걷어올려 팔에 맞는다는 것 그리고 아파서 많이 울 수도 있을 거라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말해주었다.
주사 삽관... 아이는 많이 울지 않았다.
의외였다. 사전 정보를 주어서인지, 참을성이 많아서인지, 아프지 않은 주사인지 셋 중 하나였다.
모기가 머리를 떠는 이유는 생존을 위함이었다. 앵앵거리다가 소리 없이 착륙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해충도 '본능적'으로 움직였던 것.
자연은 어떻게 본능을 알고 있을까?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태기술이 숨어 있다. 생태모방은 자연 생태계,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공학적 또는 디자인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모기 침의 생태모방 기술은 '아프지 않은 주사'에 적용된다. 모기 흡혈 장치를 본떠서 아프지 않은 주사를 만들고 있다. 주삿바늘에 아주 작은 돌기를 만든단다. 작은 모터로 진동을 일으키면서 고통을 줄일 수 있으니 주사에 공포를 갖지 않아도 된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출처: 쳇gpt
[빛작 연재]
화 5:00a.m. [빛나는 문장들]
수 5:00a.m. [자연이 너그러울 때 우리는 풍요롭다]
목 5:00a.m. [빛나는 문장들]
토 5:00a.m. [아미엘과 함께 쓰는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