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꼬마리 열매

by 빛작

출근룩을 차려입고 지하철역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던 어느 날, 승강장에서 놀랐던 적이 있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기 위해 벽에 붙은 거울을 마주할 때였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이유가 이거였나?


이마 위에는 헤어롤이 짱짱하게 매달려 있었다.

찍찍이에 달라붙어 있던 머리카락은 원통형으로 둘둘 말려 있어서, 얼른 다려서 펴고 싶을 정도였다.

찍찍이에 붙는 건 머리카락뿐만이 아니었다.


옷이나 동물의 털에도 잘 달라붙는다. 도꼬마리처럼 말이다. 옛 책에 의하면, '돗귀마리 - 돗고마리'는 어원을 가진 순우리말이라고 한단다. 나도 도꼬마리열매를 두어 번 본 적 있다. 등산을 끝내고 겉옷에 붙은 것도 모르고 집에 온 였다.


도꼬마리 열매는 가시처럼 생긴 갈고리 모양이어서, 어디든 걸리게 되어 있다. 1947년 스위스의 전기엔지니어 '조르주 드 메스트랄'도 사냥을 나갔다가 도꼬마리 열매가 옷에 달라붙은* 적이 있다고 한다. 정확히는 ‘산우엉’이었는데 우리나라 우엉보다 도꼬마리와 비슷해서 그렇게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메스트랄은 갈고리 모양에 영감을 얻어서 테이프를 발명하였다. 흔히 부르는 '찍찍이' 말이다.



도꼬마리 열매를 쪼개면 크기가 다른 씨앗이 두 개 들어있다. 땅으로 떨어진 열매는 번식을 준비한다. 다음 해에 바로 하나의 씨앗이 돋아나는데, 나머지 하나는 좀 늦게 돋아난다고 한다. 몇 년 후가 되기도...

자연은 어떻게 본능을 알고 있을까?

자연은 결과를 재지 않는다.

자연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씨앗을 발아할 조건을 본능적으로 터득했다, 스스로 생존전략을 알고 있다.

시간차를 두어서 병충해와 같은 변수에도 끄떡없이 제 갈길을 간다.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태기술이 숨어 있다. 생태모방은 자연 생태계,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공학적 또는 디자인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도꼬마리 열매의 생태모방 기술은 '벨크로테이프'에 적용된다

* <벨크로는 접촉면적만 확보가 된다면 단추나 지퍼보다 탈부착이 쉬운 소재다.

- 벨크로: 프랑스어, 벨루르(벨벳+크로셰(갈고리)의 합성어이며, 상품명이 보통명사화 된 경우이다. 정식명칭은 '훅 앤 루프 패스너' 또는 '터치 스패너'라고 한>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출처: 사진 네이버, 벨크로 나무위키

[빛작 연재]

화 5:00a.m. [빛나는 문장들]

수 5:00a.m. [자연이 너그러울 때 우리는 풍요롭다]

목 5:00a.m. [빛나는 문장들]

토 5:00a.m. [아미엘과 함께 쓰는 일기]


#도꼬마리 #벨크로 #찍찍이

keyword
이전 02화단풍나무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