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모방기술
여름보다 건조하고 먼지가 적어서 시각적으로 하늘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가을이다. 기온이 낮아지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컸다. 지난 주말, 동물적인 본능으로 나는 전기매트와 내의를 꺼냈다. 먹이 저장은 필요 없자만 보온은 꼭 필요한 생존전략이라 그렇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취침시간이 빨라진 건 물론이다.
이번 주가 단풍 절정이 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면서, 주제를 단풍으로 정해보았다.
단풍나무도 자연의 본능을 미루지 않았다. 잎으로 수분이 빠져나갈까 봐, 잎이 얼까 봐 미리 영양분을 줄기나 뿌리로 보낸다. 그런 다음, 영양분이나 수분이 잎으로 가지 못하게 '떨켜층'이 통로를 막는다. 그러니 잎은 떨어지고 만다.
단풍나무 씨앗의 생존 전략은 물도 새도 동물의 배설물도 아니었다. 바람이었다. 바람 타고 멀리 날아가는 ‘정교한 노력’이 있었다. 진공 상태가 아닌 이상 바람의 영향을 받아 씨앗은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단풍나무와 관련된 생태모방기술은 헬리콥터 프로펠러다. 씨앗을 퍼뜨릴 때 씨앗에 달린 양쪽의 날개를 이용한다. 씨앗의 비행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꿰뚫어 봄으로써, 헬리콥터의 날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씨앗이 날개를 닮은 것이 아니라, 날개가 씨앗을 닮았다. 모르고 지나쳤던 지각하기 어려운 ‘씨앗과 바람’을 통찰한다는 것은 정신적 지성의 소유자의 산물인 것 같다.
풍매화의 씨앗은 날개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단풍나무씨앗은 두 개가 서로 맞붙어 있는데 양쪽 날개가 부메랑처럼 생겼다. 씨앗들은 무게중심을 잡아주며, 두 날개의 회전력으로 회전하지 않는 씨앗보다 뜨는 힘이 크다. 회전력과 공중 부력은 씨앗이 떨어질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씨앗을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한다.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태기술이 숨어 있다. 생태모방은 자연 생태계,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공학적 또는 디자인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단풍나무씨앗 생태모방 기술은 '헬리콥터 날개'에 적용된다.
헬리콥터 프로펠러: 헬리콥터 기체가 뜨고 공중에 머무를 수 있게 하며, 안정적으로 착륙하도록 한다. 단풍나무 씨앗이 회전하면서 양력을 얻어 아래로 서서히 떨어지는 모습에서 착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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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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