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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작 Feb 23. 2021

신정교로 가는 길

 


얼마 전, 기온이 영하 15도 인적이 있었다. 겨울의 추위만큼 이번 여름도 강력한 폭염을 예상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직은 2월이라 얼마나 더울지 감이 오질 않았다. 겪어봐야 알 것 같다. 얼마나 더울 것인가 보다는 햇빛 알레르기가 겁이 났다.


 2년 전 여름, 폭염 속에서 눈만 내놓고, 하늘을  바라보았던 6월의 어느 날. 



 뜨거웠다. 기온은 34도다. 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 마스크를 꺼냈다. 선글라스도 꼈다. 손과 에 햇빛 알레르기가 생겨,   토시도 했다. 내리막길에 뜨거운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서울 근교에서 드론 비행이 가능한 곳은 신정교, 별내 IC, 광나루, 신정교 네 곳인데  중에서 그 날은 신정교로 갔다. 잘 다듬어진 꽃길을 지나니, 찌는 더위에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무 사잇길로 소풍 가는 기분이 들었다.


밀짚모자를 쓴 교육생들이 하나둘 그늘막 아래로 모였다. 수벌처럼 웅웅 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린 생수병 겉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뜨거운 바람 때문이었다.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한 사람씩 조종기 레버에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거꾸로 '브이'자를 그려 시동을 걸었다.

이륙하자마자, 우리들 시선은 눈부신 머리 위를 향했다. 어린이집에서 산책을 나온 아이들도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모래바람이 회오리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동안 프로펠러 소리는 작아져갔다. 30여 미터 후끈한 기류 아래에서 온 몸이 긴장되었다. 배꼽 앞에 단단히 쥐고 있는 조종기 덕분에  때의  조종사의 꿈을 대리 만족하는 듯했다.


강을 건넜고 흙길 위의 피사체를 따라가기도 했다. 얼마나 높은지, 멀리 갔는지가 휴대폰의 화면에 나타났다. 몇 개의 포인트를 찍어 놓고 드론은 궤적을 따라 움직였다. 미풍과 은근한 자외선이 엄지를 불태웠다. GPS가 정확하게 작동했으므로 리턴도 아주 순조로웠다. 


왕복 비행 20여분을 마쳤더니 방전음이 울렸다.  뜨거운 공기를  몰고 왔다. 보통 완구용은 7~8분 나는 정도였는데, 130여 만원이나 하는 팬텀 드론 그제야 쉬게 되었으니. 배터리를 갈아 끼우기 위해 착륙시켰다.



 그늘막에도 드론을 날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 아끼는 무언가를 다루는 일은 서로에게 매개가 되어 쉽게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사랑하는 반려견을 자랑하듯 몇 년 되었는지 멋스러움을 자랑한다든지 동시에 우쭐한 모습은 재미있기까지 했다.



더위와 햇빛 알레르기를 이길 수는 없었지만 무서울 듯 위험할듯한 1000g 기체에 푹 빠지게 되었다. 애정을 쏟으며 여름을 났다.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올려보기엔 쉽지 않은 여름 하늘을 대신 날아준 드론의 두 눈이 우리를 바라보는 그 순간은 참 매력적이다. 추울 땐 얼 듯한 엄지손가락이 똑 떨어져 나갈 것 같아도 즐거웠다. 더울 땐 커피콩처럼 타버리는 엄지 손가락이 귀엽기까지 하다. 점점 안전규제가 강화돼서 조심스럽지만 올해도 신정교에서 여름을 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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