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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작 Mar 12. 2021

한낮 단상




 점심시간이다. 근처 은행엘 갔. 번호표를 뽑고 앉아있자니 천장에 매달린 상품 소개용 모니터가 눈에 띄었다. 행원의 사진을 시작으로 신규 입출금 안내, 저금리 시대 좋은 세테크, 고객번호 순으로 홍보 글이 반복되었다. 눈과 손이 심심한 게 어색했는지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니, 잠시 후 옆 자리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었다. 행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였다. 화면은 '식사 후 돌아오겠습니다'에서 멈춰있었다.



간절기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동안 나이 한 살을 이제 먹은 듯이, 몸이 확 달라졌다. 진짜 몸이 무거

워져서인지, 마음이 무거웠다. 감기가 살짝 왔다 갔나 싶게 머리가 띵했다. 어깨에 강력 접착제라도 발라놓은 것 같다. 목은 목대로 등은 등대로 자기들 조직끼리 똘똘 뭉쳐져 있는가 싶다. 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자, 워라벨 등의 말이 떠오르자마자, 성실과 열정으로 포장된 일상을 요즘은 반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침을 부지런히 시작고 낮에는 부지런히 일하고 저녁에는 부지런히 하루를 마무리 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교육이다! 나이는 시속이다! 나는 아직 젊다! 등의 말을 늘 갖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얼어있던 게  녹아내리는 건지, 눌렸던 게 퍽하고 올라오는 건지 아니면  서서히 데워진 냄비의 수분이 다 졸아서 타기 시작하는 건지... '여유 좀 찾으러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화면으로 멈춰두고 싶었다. 시간과 행복과 경력뿐 아니라  나 자신도 아끼고 건강도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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