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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작 Mar 08. 2021

규칙이 깨져도 그 안에 규칙은 또 있으니까 2



첫 만남이었다. 흥행하는 영화를 보러 가는 때만큼 설렘이 가득했다. 십 대 인플루언서 둘은 연기 지망생이라고 했다. 헤서웨이와 박신혜를 닮아 보였다. 둘이 메이컵이 시작되어 혼자 연습을 했다. 긴장한 탓인지 대본을 들고 입은 지속적으로 우물거렸다. 연습 틈틈이 립과 눈을 손보느라 사실상 눈을 감고 있어야 했지만 말이다.



두 인플들은 촬영 경험이 많다고 했고 우리 셋은 서로 대본을 맞춰보지는 못했지만, 각자 바쁘게 움직였다. 전체 맥락만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유쾌하고 즐겁게만 하자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씬2 큐 싸인이 들어가자,서로 구면이었던 것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순수배양과 과학자 코흐의 조수인 패트리가 제안한 둥글고 얕은 패트리 접시의 유래를 퀴즈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기념 연필도 선물로 주었다.


미생물 역사의 긴 내용을 설명 차례... 피디님은 편안하고 친절한 말투로 '최대한 자연스럽게'라는 주문을 했다.  듣기 좋고 보기 좋고 자연스럽게 하자는 내 뇌의 명령은 심장 박동과 함께 반복되는 듯했다. 평소 딱딱하고 진지한 강의를 지양하는 바, 조금 더 오버해서 친절한 설명을 해나갔다.


 오프닝을 지나 씬3, 씬4, 씬5를 무난하게 넘기면서 방의 훈기에  입이 살짝 말랐다.

물을 한 모금 마신  씬6이 시작되자, 기획자제안이 들어왔다. 사람과 늘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공존해 가야 할 미생물의 종류를 빔 대신 노트북을  클릭해 가면서, 살펴보는  어떠실까요? 연습한 대로 다양한 실험에 실천의 지혜가 입과 손에서 익숙하게 표현되어 나왔다.


실험실로 씬이 바뀌 실험가운 입었다.  촬영일 직전 원고를 수정했던 부분에서 세 사람의 대사가 꼬이자, 피디님은 "대본을요, 엉덩이에 깔고 앉으시죠" 웃으며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급기야는 기획자부가 의문문 모양의  문제와 을 Headup Displsy처럼 민첩하게 만들어 주었다.


질문과 기대를 이어가는 실험 시간, 뛰던 가슴은 기본 속도를 되찾아갔다. 대본 대로였지만  인플루언서들의 리액션은  연기자 그 자체였다. 다행인건 이 둘과  쿵짝이 잘 맞아 나는 연신 생글거리는 미소절로 나왔다.


앗... 열세 번째 마지막 씬인데, 갑자기 유명 배우가 신인 시절을 추억하던 tv장면이 떠올랐다. 대사 한 마디 '그러게나'를 너무 연습한 나머지, 큐사인이 들어갔을 때 '그러나게'라고 했다더니... 입도 목도 잘 풀렸던 나는 '우리 모두 여기서'라는 말을 번복했다. "모두 여기.. 앗, 다시 할게요. " 이제 모두..다시 갈게요",  단순한 이 한마디가 왜 어려웠을까? 



파고 또 파는 준비가 무던히 실행되었던 첫 작업이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단 천 오백여명 학생들에 게 전달되는 내용이지만 출발이 좋으니 다 좋다.  이제 주제와 대상이 달라지더라도 다시 연료를 채우고 목표 궤도를 향해 성공적인 발사를 할 수 있겠다 싶었. 새로운 시작의 순조로움이 프로젝트의 발단에 추진제 역할을 해냈다. 큰 그림의 색깔을 결정해나갈 첫 시간의 걱정, 조금은 덜어내고 보니, 온클도 꽤 매력적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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