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때쯤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부터 나는 사이클 자전거를 잘 타고 있었다. 누구에게 얼마 동안 어떻게 배웠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안장도 제법 높였고 양쪽 핸들에 장착된 기어를 능수능란하게 바꿀 줄도 알았다. 엄마가 외출할 때면 그 당시 얼마를 맡겨놓으셨는지, 오빠와 동생과 내가 뻔질나게 군것질 거리를 사러 다녔던 언니네 가게. 내리막길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바람이 머리카락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는 허리를 쭉 폈다. 핸들이며 페달은 꼼짝 않고 언덕길 한가운데로 바퀴는 저절로 굴러갔다. 길 위에 존재하는 움직이는 것 모두가 나를 피해 갔다. 연탄가게와 교회를 지났다. 조금 더 내려가면 로터리가 나오기 때문에 경로 수정! 전봇대를 끼고 왼쪽으로 핸들을 틀어야만 했다. 그럼 다시 구멍가게를 지나 목련나무집을 끼고 버스 두 정거장을 냅다 달려냈다.
내가 탈 수 있었기에 특별하지 않은 한 장면이다. 이 모습을 보았고 기억하는 동네 어른들은 우리 집엔 삼 형제를 키우는 줄 아셨다고 했다.
"고명딸이 있었구먼. 어쩐 계집아이가 자전거를 그렇게 잘 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