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술 후 회복은 순조로웠다. 전과는 다른 항암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소화기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서 화분은 맘이 편했다.
적어도 구토와 메쓰꺼운 느낌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게 엄청나게 다행스럽게 생각됐다.
그러나 고새 나이를 먹은 탓일까, 의외로 수술 부위가 쉬이 아물지 않았다. 수술 후 3주가 경과해 항암 전 검사를 받으러 간 화분은 가슴통증을 얘기했다. 상처를 본 간호사는 바로 수술 간호사를 불렀다.
“항암하고 나면 바로 벌어질 것 같은데….”
수술 간호사는 화분의 모든 수술에 참여한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면 자주 만나서 좋을 인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십년에 걸쳐 이어진 인연인지라 어느새 반가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교수님께 말씀드려 놓을게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친절하게 말한 간호사였지만, 화분에게는 콱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저 이전 경험에 의해 수술 후 어느 정도 염증이 생길 수 있고, 그때마다 수술 부위에서 염증이 만들어 낸 물을 빼기도 했다. 첫 수술 때는 대여섯번이나 빼냈으니 적잖이 좋지 않았던 터다.
‘벌어질 것 같은데…’ 화분이 놓친 말이었다. 상처가 저절로 벌어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
항암은 예상 외의 복병이었다.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근육에 작용하는 항암이라고 했다. 몸에 기운은 죄다 빠져버려서 일어나기 앉는 일도 힘들었다. 마치 종잇장 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땅을 파고 꺼져갈 것 같은 몸은 잠만을 원했다. 딱히 식욕도 돌지 않았다. 항암 후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입원이 길어졌다.
배가 고파서 내려간 편의점에서 화분은 다시 한번 항암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컵라면에서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AC항암때는 그래도 매운 맛은 느꼈었는데…. 매운 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매운 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라고 했는데,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모든 감각이 마비된 기분이었다. 한 입 입에 넣은 면을 쓰레기통에 전부 버렸다.
더구나 수술 부위의 피부가 점점 늘어졌다. 마치 누군가 잡아당기지 않는데도 줄다리기를 해서 곧 줄이 끊어지듯 그런 식이었다. 그렇다고 크게 아프거나 한 건 아니었다.
“먹고 싶은 건?”
김영희가 물었을 때 화분은 ‘체리’라고 답했다. 친구 윤지금이 사다 준 체리는 정말 맛있었다. 평소 체리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조차 몰랐던 화분이었는데 체리의 달콤함이 입맛을 돋웠다. 그러고 보니 단맛은 느껴졌다. 짠맛 신맛을 못느끼니 체리가 더 달게 느껴지는 건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단맛은 호르몬을 만든다. 여성 호르몬을 만들고자 하는 몸이 단맛은 알아차렸다는 소리다. 항암으로 호르몬을 전부 눌러놨는데, 여성을 유지하고 싶은 몸은 단맛을 넣어서라도 억지로 여성호르몬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화분은 자신이 여성인 게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 여자로 태어나서 겪어야 했던 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몸은 여성을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좀 어이가 없기도 했다.
맨 처음 수술 땐, 난자 동결 주사를 맞았다. 난자가 활동을 하지 않게 하는 주사였다. 난자가 활동하지 않으면 항암제는 난자를 살아있는 세포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고 공격하지 않는다는 이치였다.
[화분씨 아직 나이가 있어서…. 생리가 너무 일찍 끝날 수 있어요.]
사실, 여성 활동이 끝나도 화분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김영희는 달랐다. 평소 화분에게 결혼을 절대 강요하지 않던 김영희가 아주 완강하게 반대했다.
[사람 일 아무도 몰라. 네가 갑자기 결혼하고 싶어지고, 아이를 갖고 싶어지면 어떻게 해.]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건데…. 김영희의 아주 깊은 곳에는 화분이 보통의 여성들처럼 결혼과 육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숨어 있던 것일까. 그렇게 난자 동결은 이루어졌었다. 덕분에 밤에도 5분에 한 번씩 뻘뻘 땀을 흘려대는 갱년기 증상으로 수면제를 받아먹어야 했다.
아이를 낳는 여자를 잃고, 상징성인 젖가슴을 잘라내는 건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적어도 화분에게는 말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건 누군가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며, 사랑하지 않아도 되고, 욕심 부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세상에 여자로 눈치 보며 비슷한 삶을 살게 하지 않는다는 의미기도 했다.
화분은 여성이고 싶었지만 여자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도 마다 했는데, 이제 자유로운 상황이 되었음에도 몸은 여전히 여자이길 원했다. 그게 무척 화가 났다.
*
화분은 이미 두 번째 암 때부터 모든 바늘을 발에 꽂고 있었다. 혈관은 신기하게도 바늘이 들어오면 몸을 작게 오므려서 없는 흉내를 냈다. 항암 주사를 견디는 혈관이 힘들어서 하는 본능이라고 했다. 수술 바늘은 굵기도 해서 늘 자리를 잡는데 애를 먹곤 했다. 그 뿐이 아니라 발은 혈관이 의외로 얇아서 아프기도 몇 십 곱절로 아팠다.
리페어를 위한 수술실에 들어갔다. 수술 집도자는 화분의 담당 교수가 아니라 유방외과의 부교수라는 사람이었다. 부분 마취라고 했다. 전신 마취가 몸에 무리가 가는 작업이기도 하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소 마취 주사는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따가웠다.
녹색의 수술 천이 눈 앞으로 가로막았다. 수술이 시작되었다.
염증이 생긴 부위를 긁어내는 느낌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살을 후비며 기구로 긁어냈다. 어떤 부분은 아프기까지 했다. 주사를 맞았음에도 이렇게 아파야 한다니 몸이 움찔거렸다. 물로 씻어내는 느낌도 분명했다. 씻어낸 자리를 이번에 무언가로 다시 긁는가 싶었다. 마취를 했는데 왜 이렇게 모든 게 또렷한 것인가.
무언가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 수압이 높은 물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 달그락 거리는 기구 소리까지 모든 게 소름 끼쳤다. 어째서 깨어있는 걸까. 어째서 이 많은 걸 느끼는 걸까. 이번에 하는 건 암도 아닌데 이렇게 참담해야 하는 건가. 화분은 눈 앞이 빙빙 돌았다. 높은 천장을 바라보자니 하얗게 빛이 시야로 쏟아지는 것마저 소란스럽게 생각됐다.
빨리 끝나라. 얼른 끝나라. 다시는 이런 건 하고 싶지 않아.
암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고서도 해보지 않은 생각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전신 마취는 마취에서 깨어나는데 집중해야 해서 사실 수술하고 난 후의 얼얼함 외에는 딱히 느껴지는 게 없었다.
수술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베드 위에서 화분은 조금 우울했다. 사실 아주 조금 우울한 줄 알았다.
[이렇게 재수술 하는 경우가 많아?]
[***는 5번도 봤대. 자꾸 상처가 벌어져서.]
수술을 지켜보던 인턴들이 주고받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울컥하고 쏟아지기 시작한 건 막을 해도 없이 입가를 비집고 흘렀다. 입술을 깨물어도 으흐흐 하는 울음은 끊이지 않았다.
싫다. 정말 싫다. 암만 세 번인데, 그 모든 걸 군소리 없이 받아들였는데 왜 이딴 게 서러울까.
혼자 생각을 정리하려 했지만, 누군가를 책망하지 않으려 하던 마음이 가시처럼 뾰족하게 심장을 에워쌌다. 먼저는 자신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었고 또….
절대를 다른 사람을 탓하지는 말자 했는데 오늘 만큼은 탓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괜찮아?”
김영희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화분은 팔을 눈 위로 얹었다.
엄마, 하나도 안 괜찮아. 나 너무 안 괜찮아. 엄마 나 아파.
병실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화분은 터진 울음을 그칠 새도 없이 울었다. 병실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울어야 했다.
“왜 울었어?”
“앞을 막아 놨는데 그게 너무 무섭고, 긁어내는 느낌이 너무 선명하고, 긁을 때마다 아프고, 물이 닿는 게 차갑고….”
“…….”
“나오는데 인턴들이 어떤 사람은 5번이나 하는 걸 봤다고 하니까. 갑자기 눈 앞이 아득해지고 서러웠어.”
신기했다. 김영희에게 말하는 순간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스스로 납득이 되었다.
“나는… 누가… 어떤 애기가 우나 했어.”
김영희의 목소리는 조금 느렸다. 화분은 제 감정을 추스르느라 김영희의 목이 잠긴 걸 채 알아채지 못했다.
“왜 벌어지는데?”
김영희는 자꾸 왜… 를 끝에 달았다.
엄마는 왜 자꾸 암에 걸리냐고 따지고 싶은 거지.
그러나 그러지 못할 걸 안다. 김영희도 1년에 한 번씩 방광암이 재발 중이었으니까. 그래도 예민한 체질의 김영희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눈치채서 의사가 설마- 하면서 검사를 했다가 놀란 적이 여러 번 째였다.
“염증은 맨 처음도, 두 번째도 있었어. 이번이 더 심해서 그런 거지.”
“이번은 왜 더 심한 건데?”
“아마… 항암이 근육에 작용하는 거라서 그런가?”
“…….”
“엄마, 나 이제 괜찮아.”
화분은 이제 정말 괜찮을 것 같았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슬슬 무얼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김영희는 애꿎은 시트만 털면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김영희가 돌아가고 오후 회진 때 교수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울었다면서?”
“네. 좀.”
“이제 괜찮아 질 거야. 수술 후 염증은 흔한 일이고, 부위가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항암도 끝났고 이 주 사이에 좀 가라앉으면 다음 항암 진행할 거고.”
교수는 안심하라는 얼굴로 인자하게 웃었다. 이 때는 교수도 몰랐을 것이다. 2차 항암 후 다시 벌어지기 시작한 상처는 이제 자꾸만 벌어지게 될 걸. ‘습관성’으로 벌어지는 상처가 되어 버릴 걸.
이 염증이 얼마나 오래 화분을 괴롭히게 될 지에 대해서는 물론 화분도 절대 예상할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