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에 갇힌 말

흔적도 없이 그때 거기에만 있는,

by 나날

너와 함께 논산에 가지 못했다. 가지 못한 것이 이후의 우리에게 더 좋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에서 입안을 맴도는 언어와 씨름하고 있을 때, 논산을 지나간 너에게서는 자꾸만 선물이 왔다. 책, 인형, 수영복, 그리고 또 책. 서로 떨어져 있다는 것은 둘이 있어야 가능한 말인데, 갇힌 공간에 떨어진 너의 그리움은 나와는 또 달랐으리라. 나 역시 무엇엔가 갇혀 있긴 마찬가지였다. 숨 쉴 곳을 찾기 위해 여러 군데 도피처를 찾아놓았다. 너에게도 그런 게 있었을까.


파일로 된 영상을 어떻게 받았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의 전송. 그게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나의 기억력은 좀처럼 가 닿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창을 통해 너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마주했다. 어색한 모습과 달리 활기찬 목소리에 눈물이 나왔다. 작은 창 속의 너를 몇 번이나 봤는지 역시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네가 생각한 것보다 적게 보았을 것이다.


지금도 찾아보면 그 작은 창은 풀지 않은 이삿짐 어딘가에 있겠지만, 거기에 너의 말이 들어있으리라는 확신은 없다. 창에 갇힌 말은 형태를 반만 갖추었다. 그때 거기의 창에는 아직도 존재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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