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여유

휴일보다 낯선

by 루시

휴일은 설렌다.

나도 쉬고 너도 쉬는 그 여유로움이 사람들의 표정에서 흘러넘친다.

우리는 타인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본인에게도 약간의 아량을 베푼다.

굳이 출근 시간에 맞추느라 종종걸음을 치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점심시간을 지키기 위해 고프지 않은 배를 달래가면서 음식을 밀어 넣지 않아도 된다.

붐비던 출근 시간의 지하철도 공간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가 오후에 잠시 사라진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하고 피곤한 기색은 평일에 비해 옅어진다.

그래서 나는 휴일을 사랑한다.

규제 없이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 휴일,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그 시간을 사랑한다.


직장인 치고 휴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사랑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남들 일할 때 쉬는 평일이다.

꿀도 꿀도 이런 '개꿀'이 있을까 싶게 좋은 것이 바로 나 혼자 쉰다는 착각을 느끼는 평일이다.

보통은 개인적인 일이 있기 때문에 쉬기는 하지만

그 일을 후딱 끝내고 남는 시간은 솜털처럼 마냥 부드럽기만 하다.

알람이 필요 없는 날.

오전 시간은 여유로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침대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글 하고 있노라면

가본 적 없는 천국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일을 생각해 본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것은 딸랑 몇 시간 이건만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평일에 나 혼자 즐기는 휴일은 카페에 가도 감회가 남다르다.

카페 역시 주말과 달리 헐렁하다.

주말에 나만의 휴일을 즐기러 왔던 빽빽하던 인파는 모두 일터로 가 있는 것이다.

평일의 카페는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많은데

더 이상은 뒤치다꺼리 할 식구가 없기 때문일 수도.

중년 여성들의 무리에 끼어서

그들과는 동떨어진 주제를 생각하고 있는 나는 이 금싸라기 같은 여유로움이,

내일이면 사라질 이 여유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여행에 여백이 빠지면 여행이 아니라고.

그 글을 읽고 여백이 여유이고 그래서 여행이 좋은 것이라는 평범한 사실에 다시 한번 고개가 끄덕여졌다.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것을 서둘러하지 않는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음미한다.

그게 우리가 일상에서 못하는 여행이 제공하는 특별한 체험일 것이다.

사무실이 아닌 일상에서 보내는 평일은 그래서 나에게 작은 여행이다.

시간을 온전히 음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어느 곳에 가는 것보다도 소중한 순간이다.

오늘 이렇게 커피 한 잔 하면서 업무가 아닌 소회를 적고 있는 것도

다 여행 덕분이다.

아니 휴가를 준 회사 덕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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