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려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를

참을 수 없다

by 루시

나의 한 달간의 테니스 레슨이 끝났다.

그랜드슬램인 호주오픈도 끝났다.

나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알카라스가 승리했다.

준결승에서 시너가 조코비치에게 패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호주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빠르다.

롤랑가로스나 윔블던과 달리 생체시계를 무리하게 돌리지 않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 업무를 서둘러 마치고 후다닥 귀가했다.

아쉽게 시너가 코트로 들어오는 모습은 놓쳤지만 1세트부터 볼 수는 있었다.

조코비치는 38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해서 작년부터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특히 겨울 훈련을 잘하는 선수라고 했다.

그렇게 그는 메이저 대회에 집중을 하고 준비를 하며 올 시즌을 맞이했다.


무세티에게 8강에서 질 줄 알았는데 무세티가 기권하는 행운까지 따라줬다.

시너는 8강에서 파워 넘치는 쉘튼에게 이기기는 했지만 체력 소진은 있었다.

24살의 시너와 38살의 조코비치.

시너가 이기리라는 예상을 했지만......

하지만 노련함이랄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었다.

공의 코스도 절묘했다. 평소였다면 시너가 꽂아야 할 절묘한 패싱이 모두 조코비치의 몫이었다.

그렇게 시너가 풀세트 접전 끝에 졌다.

풀세트를 가게 되면 승률이 떨어지는 것도 시너의 약점 중에 하나다.

유리몸을 극복했다고는 하나 아직은 단련해야 할 부분이 있나 보다.

열심히 했고 잘했는데 시너의 팬으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너가 준결승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결승은 아주 편안하게 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조코비치가 이겨라

하는 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테니스 천재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이겼다.

시너한테 훨훨 날던 조코비치도 알카라스 앞에서는 무력했다.

그만큼 알카라스의 플레이는 완벽하고 화려하고 강력했다.

알카라스가 준결승이 끝나고 한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포기하는 것이 싫다. 포기하려고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자체를 참을 수 없다.'

그 말을 듣는 순간, 25년 롤랑가로스가 떠올랐다.

2세트를 내리 시너가 따고 나는 당연히 시너가 이길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너무 시시한 결승이라며 그냥 잘까? 이런 한가한 생각을 했는데.....

내리 3세트를 알카라스가 따냈다.

세트를 내리 따낸 것도 놀라웠지만 게임마다 열세를 뒤집고 승리로 이끄는 것도 놀라웠다.


그리고 이번에 알카라스의 인터뷰를 듣고 나서 그의 모든 플레이가 이해가 되었다.

공 하나도 포기하지 않는다. 점수와 상관없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의미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지. 의미 없는 스윙은 없다고.


"단 1초의 고통과 투쟁이 더해지는 것이 항상 가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마지막 공까지 싸웠다"

그래서 그가 더 무서운 상대라는 생각이 든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상대하기 버겁다.

시너는, 작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승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훌륭하다. 그의 인터뷰를 보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던 것을 확인하며 흐뭇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강한 실력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확장해서 생각하기는 싫지만 사무실에서도 흔히 마주치게 된다.

사람은 좋은데 일은 못하는 사람.(물론 시너는 사람도 좋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무섭게 목표를 향해서 돌진하는 사람.(물론 알카라스는 코트로 들어온 벌레 하나도 죽이지 못해 잡아서 날려 보내는 선한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 대다수는 인성과 능력이 좋고 나쁨의 양 극단의 어딘가로 몰려 있기보다는 중간의 어느 지점에 있기 마련이다.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 이리 쏠렸다가 저리 쏠렸다가 한다.

포기를 모르는 알카라스를 멋있게 느낀다면

나는 우리 대표를 멋있다고 생각해야 맞다.


이야기가 너무 교훈적으로 흐르기 전에

그건 그렇고 나의 테니스 레슨도 한 달을 맞았다.

코치의 비아냥거림을 극복하고자 테니스화를 사고 정진한 결과 평균은 맞추게 된 느낌이다.

마음은 항상 시너와 코트를 누비고 있다.

시너도 2월의 도하 대회를 준비하며 이를 갈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도하 대회는 알카라스도 출전하기 때문이다.

나도 뭐라도 갈아야겠다.




(이미지 Gemini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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