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 Nov 20. 2023

간절하게 바람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

산소가 희박한 사천성의 따오청이었는지 리탕이었는지 기억은 희미하다.

기억이 희미한 것은 역시 산소가 희박했기 때문일까.

높은 고도 때문에 하늘 바로 밑에 있는 느낌이었고 눈은 부셨다.

멀리 볼라치면 손차양을 만들어야할 정도로.

사람들은 세상일 별거 없다는 듯이 모두 느리게 걷고 있었다. 

중국의 여느 도시에서 느껴지던 바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공기만 희박한 것이 아니었다.

인구 밀도 역시 이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희박했다.

살기 척박한 곳. 

농사 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땅.

겨울이면 눈으로 도로가 막히고 세상과 단절되는 일이 잦은 곳.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구는 줄고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티벳에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티벳은 중국 공안이 눈을 번뜩이며 단체 여행만 받는다고 하여

(물론 벌써 10년 전의 일이기는 하나)

눈물을 머금고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옆 성도인 사천성으로 여행을 간 참이었다.

고도가 높아지면 고산병을 걱정하므로 

한국에서는 이뇨제를 준비했고 사천성 현지에서 홍경천을 추가로 구매했다.

덕분인지 구채구에서 첫날 감기 증상이 있었던 것만 빼고는 괜찮았다.

중간에 일행이 고산병 증세를 보여서 여기서 조장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했던 일이 생각난다.

티벳은 아니었지만 사천성의 고산지대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구채구와 황룽의 물빛도, 야딩에서 보던 설산과 오채지와 우유해도 감동이었지만

내가 통절하게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리탕도 야딩도 곳곳에 절이 있고 마니차를 돌리고 타르초가 나부낀다.


그리고 나도 발길이 닿는 어느 절에 들어갔는데 

나부끼는 타르초만큼이나 많은 주름을 가진 할머니가

굽은 몸을 연신 낮추며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불당 안은 어둑시니하고 수유차를 올렸는지 기름진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고도 4천미터가 넘는 산골 마을의 낯선 공기와 냄새에 지쳐갈 즈음

불당의 휘장을 젖히고 들어간 곳에서 자그마한 몸으로 연신 간절하게 뭔가를

읊조리는 노파를 본 순간,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언제 세탁을 했는지도 모를 검은 색 치마를 입고 간절한 발원을 담은 기도가

쉼없이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설산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산골의 공기가 아무리 깨끗하다 한들

그녀의 발원하는 마음만큼 오염이 안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참으로 맑군요. 사람도 자연도.

인간이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전적으로 무언가에 의지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 겸허함이 기도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몸이 보내는 신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