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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Nov 25. 2023

그만 좀 찔러 줄래?

피가 날 지언정 넘어가진 않는다

-텔레그램방 재입장 요청드립니다

-회원님 입장하지 않으셔서 연락드립니다. 다시 입장 바랍니다

(입장한 적도 없는데?)


-꼭 입장해주세요. 1만명과 함께하는 동호회

(대세감 조성으로 나를 꾀나?)


-지금 바로 확인해주세요. 11월 누적 +67.5%

(숫자 사기네)


-문의주신 동호회방입니다. 내일 오를 종목 미리 받아보세요

-세력방에서 내일 오를 종목 받아보세요

-회원님 안녕하세요. 내일 상한가 종목 받으세요

(용하거나 대단한 세력이거나)


-급한건입니다. 확인바랍니다

(너를 스팸으로 신고하는 것 만큼 급한 건일까?)


-동호회입니다. 꼭 들어와주세요


이번 한 주, 내가 받은 주식 관련 스팸 문자는 총 9건 이었다.

그들도 금요일은 쉬는지 문자는 월요일에서 목요일에 걸쳐서 발송되었고

문자로 본인 인증을 한 월요일이 좀 많았다.


어딘가에 신고해서 불법 스팸을 근절하고 싶지만

이런 정의감에 불타는 마음 한쪽에 '귀차니즘'이 자리하고 있어

스팸 문자는 삭제하고 발신자 차단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전화번호의 증식은 바이러스처럼 빠르고 무궁무진하게 번지는지

번호를 차단해도 이런 스팸 문자를 받지 않는 주간이 없다.


어디서 새고 있는 것일까?

이런 것 때문에 제3자 정보제공 동의는 하지 않고 개인 정보를 주고 참여하는 이벤트는 하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냥 이벤트 자체를 참여하지 않고 있는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개인 정보는 어딘가에서 줄줄 새고 있다.

의심하는 것은 본인인증을 휴대 전화로 할 때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답답하다.

하지만 정의감으로 파헤치기에는 열정도 부지런함도 없다.


나는 대표적인 팔랑귀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아주 성심껏 그 얘기에 반응하고 만다.

그렇다. 나는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밧데리 아저씨가 아무리 공부를 하라고 해도

듣고 볼 때는 뭔지 알겠다가도 나의 투자에 직접 적용해본 적은 없다.

카더라와 묻지마로 점철된 나의 금융 투자는 그래서 결과를 밝힐 수 없는 비밀이다.


증권사와 은행의 직원의 권유로 들었던 투자 상품의 수익률은 나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다시는 금융사 직원들의 권유로 금융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 지인은?

지인의 말도 이제는 아주아주 신중하게 걸러서 듣고 투자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인은 금융사 직원과 달리 수시로 접촉하니 정보를 안 들을 수는 없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금융 투자로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요즘,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지인들 역시 각종 정보가 넘쳐나 화제는 만발이다.


생각해보면 스팸 문자 뿐만 아니고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나를 투자로 유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최근 읽은 반야심경을 떠올리련다.

모든 것은 '공'하다는.


방금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또 스팸 문자가 도착했다.

마치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회원님 주말동안만 입장 가능하십니다. 빠르게 입장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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