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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Feb 17. 2024

융숭한 대접

작작하자

갑자기 무릎이 아프다.

어릴 적에도 그랬다.

그러면 엄마는 말해주었다.

"그거 크느라고 아픈거다."

그러면 참으로 안심이 되었다.

다들 크느라고 이렇게 무릎이 아픈가 보구나.


하지만 지금 키는 크지 않는다.

빠져나가는 칼슘으로 줄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릎이 아프다.

어디 찧었었나?

하지만 멍자국 하나 없이 나의 무릎은 말갛기만 하다.

아프다고 느끼는 뇌감각이 무색하리 만큼.

운동할 때에도 느끼지 못했는데 자세가 잘못 되었나?

아니면 그냥 괜히 아픈건가?


그렇다.

이제는 이유 없이 그냥

아픈 것이 늘어났다.

그래서 기가 막히다.

하지만, 그냥이 아니겠지?

일상의 무엇인가가 축적되어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겠지?

라고 납득의 이유를 찾아본다.


다이나믹한 삶을 살지는 않기에

극적인 사고가 나거나 다치는 일은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서서히 별다른 이유없이 

여기저기 아픈 횟수는 늘어난다.

서럽다면 서러운 거고

서글프다면 서글픈거다.


하지만 이 몸을 버릴 수는 없기에

나는 이 몸을 소중히 모시고 다녀야 한다.

예고없이 이별을 통보하는 연인처럼

변덕이 죽끓듯하며

여기저기 통증을 유발하지만

쓰러지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이제는 이유 없이 아픈 것에

이유를 찾지 않는다.

대신 측은지심을 낸다.


고생이 많다.

너 힘들구나.

쉬어주마.


어르고 달래며 살아간다.

근데 너무 융숭하게 나를 대접했던가?

체지방률이 역대급을 찍으며 인바디 점수가 난생처음 75점으로 내려가서

이게 말로만 듣던 비만인가 싶은 어제의 충격이

다시 한번 되살아난다.


예전에는 '사코페니아'라는 병이 없었다.

늙으면 당연히 다리가 가늘어지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근감소증은 당당한 병명에 이름을 올렸다.

혼자 생각으로, 중년이 되면 나오는 배도

곧 

가까운 미래에 질병으로 지정되는거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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