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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Apr 07. 2024

부모의 보호자

봉양일기 1

사람의 일생이란 신기하다.

수분감 충만한 아기로 태어나 

자그마한 물주머니(?)였던 것이

눈이 뜨이고, 말을 배우고, 걷고, 지각이 생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모의 애지중지 보살핌이 절대적이다.


그렇게 성인이 되고 남의 도움은 밀쳐내는 자립의 시기를 지나

다시 인생은 노쇠기에 접어든다.

호르몬의 변화를 겪고

몸의 이런 저런 장기와 연골과 뼈 등이

기능상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고

태어날 때 가득했던 물주머니의 물도 서서히 빠지니,

노년기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지시기인 같기도 하다.


눈도 나빠지고, 말도 어눌해지고, 걷는 것도 지팡이에 의지하게 되기도 한다.

지각이 흐릿해지기도 하고 아기처럼 헤매기도 한다.

어르신의 얼굴을 보면 가끔 갓난 아기의 표정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이런 저런 생리적인 기능이 다시 아기처럼 연약해지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기도 하니

늙으면 아기가 된다는 말은 그래서 생긴 건지도 모른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는 상대적으로 부모의 늙음을 많이 체감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것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미성년자일 때에는 부모가 나의 보호자였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내가 부모의 보호자다.

보호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보통은 부모에게 좋은 것을 드리고 싶을 것이다.

나도 '될 수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그러고 싶다.

그러다보니 부모님의 감각이 세련되어 있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부모란, 자식이 번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기 마련이라는데 

우리 부모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노상 비싼거 사지 마라, 돈 아껴라 하시지만,

숙소나 음식점을 선택할 때 평균적인 범위에 있는 곳과 

평균 이상의 장소를 갔을 때의 부모님의 표정을 보면 안다.

(애들을 너무 고급으로 키우면 안된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출근 열심히 해야지.

아이의 얼굴을 보면 없던 힘도 난다는데

나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면서 힘을 그러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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