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내 서점을 가지고 싶은 나에게
"출판하는 마음"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만난 책은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라는 책이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 마음으로 나는 책의 페이지를 열었다.
낮 12시에 책방 문을 열면 일단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일찍 아니 새벽에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는 나는 12시에 책방 문을 여는 게으름에 일단 반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2시에 책방 문을 연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숨은 의미를 알게 되었다.
"12시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목차의 소제목에 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작가는 12시에 책을 큐레이팅에서 메시지를 전송한다.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좀 더 여유 있게 책을 살펴보면서 여유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낸다. 그러면 점심시간에 나 같은 직장인들은 메시지를 열어 보면서 책방 문을 여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우선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점을 시작하기까지 주변에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런 도움을 받기 까지 이 사람은 먼저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고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한 사람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진다.
"동네책방"에 대한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 때 집 근처에 작은 책방이 있었다. 그때는 "초등학교"라는 말이 나오기 이전이라 "국민학생"이었다. 그때 집 근처 책방에 가서 책을 고르는 즐거움이 있었다. 월 단위로 출간되던 만화를 모아 놓은 책도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과학"과 관련된 책을 좋아했다. 특히 화학책을 보면서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뭔가 "마법의 약물"이나 "마술"이 펼쳐지는 느낌이 들어 좋아했다. 그리고 비행기에 대한 책이나 우주선, 자동차에 대한 책을 좋아했다. 그렇게 책방에 앉아 책을 고르고 용돈을 모아 책을 스스로 골라서 읽었다. 책방 주인이 친절하지 않았다는 기억도 있고 책방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을 싫어했다는 기억도 있다. 그래고 집 근처에 작은 서점이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었다. 어느 순간 동네 책방은 모두 사라졌다. 프랜차이즈 대형 서점이 생기고 이제는 온라인 서점이 생겨서 대학생이 된 이후로 주로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고 배송을 기다릴 수 없을 때 프랜차이즈 대형 서점을 찾았다. 집 근처에 있는 서점을 온라인이 대신했지만 친구들과 모여서 서점을 가고 같이 만화책을 고르는 재미는 온라인 서점에는 없다.
이렇게 점점 동네서점에서 멀어져 가던 무렵 나도 "독립서점"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동네책방"의 매력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 작은 공간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은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서점에서 진행되는 소소한 강연들은 삶의 또 다른 활력이 되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그동안 직장이라는 곳에서 갇혀 있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서 연령부터 성별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좋았다. 내가 사는 삶과 세상이 전부라고 갇혀서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었는데 옆도 보이고 저 멀리 산도 보이고 바다도 보였다.
정말 책만 팔아서는 독립 서점이 운영되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서점은 책을 사고파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제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고 그 이상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운김"이라는 단어를 찾았다.
운김. 모임에서 알게 된 순우리말로, '여럿이 함께 일할 때 우러나오는 힘', '사람들이 있는 곳의 따뜻한 기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발음은 낯설지만 의미가 마음에 들어 어떤 방식으로든 애용하고 싶은 단어이다.(P.150)
용서점의 매력은 이 "운김"이라는 단어에 있다. 그리고 용서점 뿐만 아니라 많은 독립서점, 작은 책방의 매력이 이 이 "운김"에 있다. 코로나 19 이후 사람들이 만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혼술, 혼밥, 온라인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운김"이라는 단어는 혼자가 아닌 사람의 의미와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