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첫 갯벌

마시안갯벌체험장을 다녀와서

by 나나스크

아침에는 날씨가 좋은 것처럼 보였다. 지난 3월부터 지인가족과 갯벌체험을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오전에 학교에 다녀와야 하는 일정이 있는 지인에 맞춰 12시 즈음 마시안 해변 갯벌체험장에 도착했다. 갯벌에는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대여해 줄 장화가 없다는 방송이 들려온다.


마침 일찍이 조개 캐기를 끝내고 돌아오는 사람들의 뒤를 졸졸 쫓아 남기고 간 장화에서 다행히 우리 가족 사이즈를 구하는 데는 성공했다. 장화가 없으면 양말을 신고 들어가도 괜찮다는 매점 아주머니의 말을 들었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오전과는 달리 갯벌에 도착하자마자 해는 구름뒤로 숨어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당장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춥고 바람도 셌다. 차가운 물은 아니지만 양말만 신고 있었으면 조개를 캐기도 전에 추워서 갯벌에서 나오고 싶었을 거다.



아이는 연신 신나 했다. 첫 갯벌체험을 일주일 내내 손꼽아 기다린 만큼 열심히 캤다. 생각보다 물이 찰랑찰랑한 시간대에 조개 캐기를 시작했다. 진흙을 퍼내는 속도가 물이 다시 차오르는 속도보다 늦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은 여기저기 춤을 추고 시야를 자꾸 가렸다.


처음에는 숨구멍처럼 보이는 곳을 찾아 주변을 노렸는데 딱히 조개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탄성들이 들려오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저 사람들은 뭘 보고 저런 소리를 지르지? 궁금한 마음에 자리를 옮겨볼까도 싶었는데 이도저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에라. 나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숨구멍이 있든 없든 호미질을 해본다. 가끔 호미에 뭔가 절그럭 치이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물이 들어차기 전에 빨리 눈으로 스캔하고 손을 들이민다. 열심히 한 것 치고는 조개 크기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처음에는 반가웠던 소라게, 게, 그리고 이름 모를 바다생물들이 반갑지가 않다. 내가 찾고 싶은 건 너희들이 아니라 조개다 조개! 구시렁거리며 여기저기 파내기 바쁜 와중에 남편이 말한다.


"가족들이 성향이 다르네."



우리 3 가족은 조개 찾기에 진심이었을까? 서로 흩어져서 땅만 파내고 있다. 같이 온 지인 가족은 3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조개는 나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같다. 오? 뭔가 부러운 순간인 것 같지만 나는 조개를 잔뜩 넣은 해물칼국수를 끓여 먹고 싶은 마음이 크다.



바람은 매섭고 물은 점점 들어오고 저 멀리 우리를 태워다 준 트랙터가 보인다. 이만하고 접자! 누구도 반대를 하지 않는다. 각자 잡은 조개망을 보니 내가 제일 많이 잡았다. 아쉬운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뭍으로 나와 통에 옮겨담으니 양이 제법 되어 놀랐다. 조개 캐느라 늦은 점심을 먹으러 근처 해물칼국수 집으로 이동했다.

한 두 번 먹은 해물 칼국수가 아닌데 오늘은 칼국수 안에 조개들이 더 반갑다. 이 많은 조개들은 어디서 누가 다 잡아온 걸까? 우리처럼 갯벌에 들어가서 다 캐논 걸까? 조개 이야기로 수다가 이어진다. 다음번에 와서 더 많은 조개를 잡지는 파와 그냥 돈 주고 사 먹자는 파로 나누어진다. 뜨끈하고 짭조름한 칼국수 국물이 바닷바람에 언 몸을 녹여준다. 갯벌체험 후 먹기에 아주 제격이다.


집에 와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 마치 인터뷰하는 리포터처럼 이런저런 질문들을 던졌다.


"오늘 처음 다녀온 갯벌은 어땠나요?"


"여러 가지 바다 생물들도 보고 조개도 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조개를 캐러 가고 싶은가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네!"라는 대답이 튀어나온다.


오늘 하루도 즐거이 잘 보낸 것 같다. 편한 마음으로 발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