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사람

나이는 그저 숫자라고 했지만

by 나나스크



가까운 이의 좌절을 바라봐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렸을 때는 부어라 마셔라 술 먹고 풀자!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아직 젊잖아. 그럴 수도 있지! 가 있었다.


서른까지만 해도 지금 아니면 우리가 언제 이런 시도를 해보겠냐며 아직 늦지 않았다 서로를 북돋아 줄 패기가 있었다.


어느덧 마흔.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 그래서 불혹이라는 그 나이를 지나고 있는 우리. 의식하고 싶지 않지만 의식할 수밖에 없는 나이. 40이라는 숫자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지금의 좌절이 더 크게 느껴진다.


흔들리는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떠올리고 떠올려도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함께 알고 지내온 시간이 벌써 강산이 바뀐 걸로 치면 두 번은 바뀐 시간이지만. 너는 너 나는 나. 아주 다른 우리. 아주 다른 우리 상황.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수척한 얼굴을 보니 더 속이 상한다.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헐렁한 셔츠 속에 가려진 실루엣이 종이장처럼 가벼워 보인다. 뭘 좀 먹여야겠다 싶은 마음에 메뉴는 삼계탕을 골랐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점 중 한 곳이다. 걸쭉하고 진한 국물을 들이켜면 보약 한 사발을 먹은 것 같다. 친구도 맛있다며 숟가락 젓가락질이 바쁘다. 다행이다. 밥 먹는 동안은 일단 밥을 먹자. 먹다가 체할라. 이야기는 좀 있다가 하자.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그러게. 나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차라리 내 문제라면 어떤 면에서는 골치가 덜 아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여러 번 곱씹고 곱씹어 건넨 말이 너에게 어떻게 닿을지 몰라 얼마 전 읽은 책을 꺼내 친구에게 건넸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마주한 순간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결혼을 해야 할까? 자녀를 낳아야 할까? 와 같이 정답이 없는 문제들의 결정에 관련한 책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결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책을 건넸다.


생각지도 못한 책 선물을 받아 든 친구가 낯게 '고마워, 친구야.'라고 말해준다. 너의 인생이니까. 가장 힘들고 답답한 것 역시 너일 테니까. 기왕 친구가 물어본 김에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을 하긴 했다. 그러는 와중에 친구의 속상함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일었다.


" 나 너에게 F처럼 굴고 싶은데 지금 그게 잘 안돼. T처럼 말하는 내가 좀 그래."


" 난 네가 F라고 말할 때마다 안 믿었어."


F 이건 T 이건 너의 고민을 내가 함께 나눠 짊어질 수만 있다면 함께 이고 지고 메어줄게. 친구야.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아. 너를 믿고 응원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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