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글인가 투덜거림인가
매일 글쓰기를 시작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100일을 쓰자고 정했으니 쓰면 된다. 시작했으니 앞만 보고 가자.
글을 쓰기로 했으니 이왕이면 시간을 내어 좋은 글을 쓰면 참 좋으련만. 이것이 글쓰기인지 잠들기 전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 내려 가는 일기장 또는 낙서장인지 구별이 어렵다. 쓴다고는 했으니 쓰긴 써야 하겠고 낮 동안에는 뭐가 그리 바쁜지 글 쓸 시간을 따로 내지 않으니 잠들기 전 자투리 시간. 마음에 드는 문장은커녕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니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
글쓰기도 다른 모든 것들처럼 계속하면 는다고 했는데 이런 식의 글쓰기도 늘긴 하는 걸까.
글의 구성이나 내용은 어찌 됐건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를 하고 있음에 나 자신을 칭찬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계속 조금씩이라도 쓰다 보면 자기 직전이 아니라도 글 쓸 짬을 내어보려나.
바로 전까지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아주 잠깐 사이에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 하는 순간들이 잦아진다. 정신이 어디에 가있길래 매일 물건을 잃어버릴 뻔하고 가슴을 철렁이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항상 정신이 없는 걸까. 차분히 앉아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내 머릿속도 답답하고 옆에서 코를 골며 이미 꿈나라로 간 남편의 도로롱 소리를 들으니 나도 눈이 절로 감긴다.
내일은 이러지 말아야지. 내일은 시간을 내어 쓰고 싶었던 글을 써야지.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이런 글도 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불평 혹은 투정 같은 글 말고. 내일은 이 다짐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어쩔 수 있을까. 내일의 나에게 약간의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일단 내 초록색 다이어리를 찾아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적는데서부터 시작해야겠다.
내일의 내가 오늘보다는 조금 더 그럴듯한 글을 쓸 수 있게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