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되다

야간 운전은 힘들구나

by 나나스크

아이고 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힘들다는 의미의 말인데 사투리인지 아닌지까진 모르겠다. 엄마 아빠에게 배운 말이니 사투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지금 매우 되다. 아침은 일찍 먹고 스케줄이 꼬여 점심은 3시에 저녁은 9시가 돼서야 겨우 먹었다. 샌드위치와 김밥 1줄 먹은 게 다인데 오늘 일하는 동안 말을 많이 했더니 역시 배가 너무 고프다. 뱃가죽이 등가죽에 들러붙어 똑바로 누우니 배로 침대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엄마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에 연휴에 찾아뵙겠다도 했다. 이틀 전부터 배탈이 난 건지 뭔지 계속 화장실을 들락 거리고 어제는 미열도 났다. 그래도 연휴가 아니면 좀처럼 오기 힘든 가깝고도 먼 전주라 셔 오기로 했다. 당연히 운전해 와야지 생각해서 버스는 알아보지도 않았다. 혹시나 버스티켓이 남아있으면 버스를 타야지 마음먹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나에게 남은 건 두 가지 옵션. 저녁에 출발해서 엄마집에서 자고 금요일을 통째로 보낼 것인가. 새벽같이 일어나 차 안 막힐 때 엄마네로 출발할 것인가. 야간 운전은 야맹증 비슷한 게 있는 나로서는 조금 무섭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건 더 무섭다. 그래서 야간 운전을 선택했고 나는 지금 매우 고단하다.



아이와 둘이 밤 10시 반에 집을 출발했다. 아이는 워낙 차를 잘 타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었다. 문제는 출발하자마자부터 졸리는 지 안 졸리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내 컨디션이었을 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피곤했고 야간 운전에 쫄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머릿속에 잔뜩 안 좋은 상상들이 들어찬다. 갑자기 이상한 차가 끼어들면 어떡하지? 내가 차선변경하다가 옆에 차를 못 보면 어떡하지? 길가에 누가 서 있는 건 아닐까?? 등등. 졸릴만하면 일부러 차선을 바꾸고 이런저런 몹쓸 상상을 하는 동안 시간과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오늘 밤 달이 휘영청 밝아서 슬쩍슬쩍 달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시골은 시골이구나 싶게 중간중간 코를 찌르는 구수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향기들이 잠을 깨워주었다.


1시까지 잠도 못 주무시고 딸과 손자를 기다리고 있던 엄마아빠 모습이 괜히 짠하다. 엄마아빠는 내가 피곤할 거라고 하지만 실상 내가 오면 피곤하게 되는 건 엄마아빠니까. 내가 낮잠 잘 동안 엄마아빠는 아들과 놀아주고 내가 일어나면 밥을 차려주신다. 이제 밥 정도는 내가 차려드려야 할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엄마밥을 먹기 위해서라는 게 또 아이러니하다. 부모란 참 쉽지 않구나.


아이고 되다! 내일 늘어지게 자고 엄마아빠 밥 맛있게 먹고 기운 차려서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또 부모님께도 좋은 시간을 만들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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