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아이스크림을 찾아서

라벤더 아이스크림 전국 수배 중

by 나나스크



세상에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물론 내 대답은 '있다'이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하니까.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스크림이야 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하는 디저트이니까.

요즘 이상하게 예전에 먹었던 음식이 특히 더 그리워진다. 어렸을 때 먹었던 추억의 음식들부터 미국살이 할 때 먹다 질려 나중에는 쳐다도 안 봤던 음식들까지. 날이 점점 더워지니 아이스크림을 사는 횟수가 자연히 늘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좋아하던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한국에서도 파는지 궁금해졌다.


Jeni's splendid icecream.

시카고에 살 때 시카고 다운타운에 위치한 예쁜 아이스크림 가게를 우연히 들어갔다. 그중 라벤더맛 아이스크림은 제니아이스크림의 인기메뉴 중 하나였다. 라벤더? 내가 아는 그 라벤더가 맞나? 뭔가 핸드크림이나 향초가 먼저 떠올랐다.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향인데 그걸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니 무슨 생각일까? 싶은 마음에 일단 시식을 해볼 수 있냐고 물었다. 예쁜 연보라색의 아이스크림. 일단 색깔은 완벽했다. 당장이라도 먹고 싶게 생긴 색깔은 통과. 맛은 와우! 이런 맛이 있다니. 이제껏 먹어본 적 없는 맛을 처음 접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다. 여전히 경험해 봐야 할 세계가 많다는 걸 알게 되는 느낌! 짜릿하다. 망설임 없이 라벤더 맛 싱글컵을 주문한다. 한 스푼 한 스푼을 아껴먹었다. 그 후로 라벤더 아이스크림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시카고에 사는 동안 2번 한국에 귀국한 적이 있었다. 한국에 들어가서 먹을 음식들의 리스트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챙겨 먹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라벤더 아이스크림이었다. 못 먹고 가게 된 경우에는 다녀오자마자 챙겨 먹을 정도였으니까. 그 달콤한 맛과 마지막에 향긋한 라벤더 향의 조화가 정말 좋았다.


Salt & straw

시카고에 제니가 있다면 엘레이에는 솔트 앤 스트로가 있었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의 모든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을 정도로 하나하나가 정말 맛있다. 그리고 그들의 라벤더 아이스크림 역시 대단하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일단 고정메뉴로 정해졌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맛을 선택했다. 진한 맛이 당길 땐 초코 달콤함이 당기면 솔티드 카라멜을. 그때그때 새롭게 더해지는 시즌 메뉴들도 아주 매력적이었지만 나의 원픽은 언제나 라벤더 아이스크리이었다.


한국에도 라벤더 축제가 여름이면 라벤더 축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 여기가 내가 가야 할 곳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미국에서 방문한 라벤더 농장에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라벤더로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은 당연하고 마카롱부터 시럽 등등등. 여러 라벤더 농장에서 진행되는 축제를 검색했는데 시기가 맞지 않고 너무 멀었다. 그러다 마침 전주에 계신 부모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는 라벤더 축제를 찾게 되었다. 혹시나 했던 나의 상상은 역시나로 바뀌었다. 후기 사진에 아이스크림이 속속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다!


부모님 집에서 차로 30분. 정읍에 도착했다. 멀리서 희미하게 보라색 물결이 보인다. 아쉽지만 이번 주는 이제 막 라벤더 꽃봉오리들이 맺히기 시작한 듯 보인다. 아마도 돌아오는 주말에 라벤더가 가장 예쁜 보라색 물결을 일렁일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나의 진짜 목적은 라벤더가 아니라 아이스크림이니까. 호기롭게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에 줄을 선다. 메뉴에 보이는 라벤더 라떼와 라벤더 레모네이드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아이고, 저희가 올해는 아이스크림을 진행하지 않아요."

헉.. 정말 헉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나와 똑같은 이유로 신이 난 아이도 함께 놀란다. 왜죠. 왜 하필 올해는 아이스크림을 안 하시는 거죠? 물어볼 새도 없이 많은 인파 속에 음료만 주문을 하도 돌아 나왔다. 엄마 아빠에게도 드디어 라벤더 아이스크림 맛을 보여줄 생각에 들뜬 기분이 가라앉았다. 다행히 라벤더 라떼와 레모네이드는 아주 훌륭했다.


그렇게 다시 나의 라벤더 아이스크림 수배가 시작됐다. 부디 늦지 않은 시간에 라벤더 아이스크림 후기글을 올리는 그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꿈속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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